"어머니가 옷가게를 하시는데, 벽에 관련 사진이 걸려 있어요.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데 그 사진 뭐냐고 물어보신대요. 엄마가 '우리 딸이 미순'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시는 분들이 꽤 많대요. 제가 출연하는 것보다 옷가게 매출도 좀 더 올랐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배우 황금희는 현재 방송 중인 KBS2 TV TV소설 (이하 )를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은 편"이라며 행복해했다. 특히 "시청자 반응 중에 미순이 나오면 긴장감이 확 산다는 얘기가 가장 듣기 좋다"며 웃었다.
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가문의 몰락 후 해방촌으로 흘러들어온 조봉희(아역 김유빈, 고원희 분)가 거친 삶을 헤쳐나가며 대한민국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황금희는 봉희의 친엄마지만, 아직 봉희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인물인 박미순을 연기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애태우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미순은 극 중 기구한 운명의 여자다. 친일 아버지의 딸로 손가락질 받았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배신당했다. 아이까지 밴 몸으로 고향에 돌아왔는데 다른 남자의 아이 아니냐고 의심받았다. 버림받은 여자는 홀로 아이를 낳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아이가 죽었단다. 그래도 죽지 못해 살게 된 여자는 '양공주'가 돼 다시 돌아온다.
황금희가 맡은 미순은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중요한 인물이다. 1, 2회를 거의 책임졌다. 향후 극 전개에도 중요하다. 그는 "1, 2회는 정말 영화 찍듯이 공을 들였는데 반응이 좋아 기분 좋았다"며 "초반에 잘해야지 뒤로 이어지는 감정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으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회상했다.
황금희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 연속극 자랑하기 바쁘다. 영화감독들이나 아는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간 되면 시청을 권한단다.
"영화감독님들도 드라마 좋아하실 수 있잖아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 같아요. 좋은 작품이니깐 자부심 있게 권해야죠. 호호. 열심히 홍보하고 다니는데 우리 제작진이 아실라나 모르겠어요."
미순이 사랑했으나 여자를 배신한 남자 서동필은 배우 임호가 연기 중이다. 정말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미순의 인생을 기구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동필은 진짜 쳐 죽여도 시원찮을 놈 아닌가요?(웃음) 촬영장에서 제가 미순이가 됐을 때, 임호 오빠를 보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니까요. 20회에서 '다시 돌아오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라고 했는데 빨리 돌아오고 싶어요. 물론 현실 속 오빠는 해맑고 좋은 분이세요. 악역은 거의 처음이라고 하시는데 어쩜 그리 얄밉게 잘하시는지 감정이입이 매우 잘 된다니까요. 헤헤."
동필도 나쁘지만 조은숙이 연기하는 오애숙 역시 미순에게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출산할 때 정신을 잃는데 미순의 보석을 다 훔쳐가잖아요. 애숙이 저를 양공주라고 욕하지만 사실 양장점 차려준 게 미순이죠. 양공주가 돼서 미군 장교를 상대하다 나름 신데렐라가 된 케이스라고 생각하는데, 그 삶을 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물론 애숙이 마음도 이해는 해요. 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어요. 전 미순이니까요."
극 중 상황이 그럴 뿐 배우들과의 호흡은 정말 좋다. 아역배우 김유빈도 연기를 잘한다고 치켜세웠다. "이 친구가 5세부터 연기를 했다는데 애착이 강한 것 같아요. 타고난 배우죠. 아이들은 사실 연기를 어른들보다 잘해요. 우리는 진짜가 아니라고 의심하는데, 아이들은 '이게 진짜야!' 하면 믿어버리니깐 대단하죠. 연기 맛을 알고 재능까지 있으면 더 대단한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황금희는 SBS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2000년 데뷔했다. 지성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근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계약 문제로 공백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두드리며 활동 중이다. 그간 드라마 등에 출연했고, 영화 등으로 관객을 만났다. 는 첫 아침 연속극 도전이다.
황금희는 "이렇게 매일같이 출퇴근하며 촬영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8월 초부터 촬영했으니 2달째 강행군이다. 130회로 예정돼 있으니 아직 6개월가량 남았다. 그는 "체력도 많이 필요해서 힘들긴 하지만 연속극은 신세계"라며 "그래도 연기하는 게 재미있고 즐겁다. 특히 내 역할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라고 만족해했다.
"영화든 드라마든 온 힘을 다해야 연기도 잘되며 시청자들도 몰입하기 편하신 것 같아요. 예전에도 연기가 좋고 즐겁긴 했는데 이번에 또 다른 연기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특히 영화와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달라요. 순발력도 필효하고, 캐릭터를 잘 살려 연기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황금희는 "연속극은 처음인데 다들 서로 챙겨주고 그런 게 좋더라. 추석이라 송편도 나눠 먹었다"며 "현장에서도 제목처럼 '우리는 서로를 빛내주는 별이 되자'는 생각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현장 분위기 좋은 것과 별개로 미순은 복수의 칼을 갈아야 한다. 그가 맡은 캐릭터가 그렇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일주일 후에 디자이너가 돼 돌아올 예정이에요. 그때부터 동필에게 복수하지 않을까요? 이제 성인 봉희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도 나와요. 저도 좀 나이 들게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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