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달안에 집 안빼면 법적 조치" LH, 블루밸리 주민에 '으름장'

"집 마련할 때까지 살라 해놓고 갑자기 말 바꾸나" 주민들 반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주비용이나 이주지를 마련하지 못한 포항블루밸리 산업단지 내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이달 안에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명도소송' 등 실력행사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주민들은 집터를 마련할 때까지 현 거주지에서 살게 해주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LH가 뒤집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주민들은 블루밸리 조성사업과 관련, 보상금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5일간 반대집회에 들어가 '적절한 보상-새 집터 마련-기존 주택 철거' 등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LH가 돌연 입장을 바꿔, 이주민들의 새 주거지 개발행위가 허가되면 명도소송을 통해서라도 철거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주민들 입장에서는 새 주거지의 개발행위가 허가되더라도 집이 완공될 때까지 현 거주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LH는 지난 8일 '자진이주 및 미이전 지장물 자진이전 촉구'라는 공문을 통해, 이주 이전 지연에 따라 주요 공사 구간에 대한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달까지 주민 스스로 모든 재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또 이를 따르지 않으면 건물명도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LH는 앞서도 현 거주민들을 빨리 내쫓기 위해 포항블루밸리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나온 흙더미를 주민들의 주거지 인근에 마구 쌓아 거주 환경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해왔다. 또 일부 주민들을 상대로, 이전을 빨리 해 줄 경우, 생활대책용지를 더 배려해 주겠다는 뜻을 전하며 주민 간 갈등도 부추겼다.

한 주민은 "LH가 지금까지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주민들의 터전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는 구두약속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언제 약속했느냐는 식으로 나온다면 결국 주민들을 속인 꼴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주거 환경을 나쁘게 하고, 경제적 이득 등을 내세워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LH의 행위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LH가 법적 조치를 한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주민들의 새 주거지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가 15일 났다. 더 이상 블루밸리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의 사정을 봐줬다가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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