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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의 시와함께] 반지하의 눈-황학주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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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눈을 뜨고 누워 있었다

반지하에서 일하러 나갔다가

반지하로 돌아와 누운 연장처럼

반지하 방 앞으로 기차가 오고 갔다

눈 쌓인 내 반지하보다 높을 수 있지만

면적이 없는 사람들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하루도 지나갔다

가야 할 길이 먼데 벌써 가버린 것 같은

용도가 사라진 오래된 하루가 선로 밖으로

떨어지곤 했다, 거짓이 된 평등처럼(……)

그 때문에 슬퍼하지는 말자고

반지하보다 먼 곳에 어둡게 살는지도 모를

여생을 향해 낮게 속삭이는 동안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와 반지하처럼 감긴다

내 눈은 이제 지상과도 지하와도 경쟁하지 않는다

세상에 아직 남아 있어도 좋은 반지하라는 듯이

그늘의 숙성이 짙어가는 나의 반지하,

어둠의 음계를 밟고

평등하지 않은, 물이 빠진 아침이 간신히 지상으로 올라간다

(부분.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창비. 2014)

우울한 눈. 반쯤은 물 밑에 잠기고, 반쯤은 저 멀리 지상의 빛으로 향한 눈, 반지하의 눈. '연장'처럼 누웠지만 '면적이 없는 사람들'. 하루하루 교환가치를 위해 삶의 철길 위를 달려야 하지만 일이 없어 '용도가 사라진 오래된 하루'. 어둠이 내리면 지상으로 향하던 눈꺼풀은 천천히 내려와 다시 반지하에 잠기고, 미래는 이 반지하보다 더 어두울지도 모른다. 거짓된 평등, 평등하지 않은 아침. 이 반지하의 그늘이 숙성하면 무엇이 될 것인가?

희망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했다. 영웅들의 시대가 있었다 했다. 그러나 그 헛된 미망의 이데올로기마저도 지금은 물 말라버렸다. 세상은 '어둠의 음계를 밟고' 천천히 반지하로, 지하로 내려오고 있다. 어두운가? 그러나 이제 30년 전, 40년 전, 50년 전의 시들이 어떻게 유령처럼 21세기를 활보하는지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시인이 너무 빨리 우리의 미래를 열어 보여주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지하는 우리의 삶이다. 다만 우리는 비탈 위에 지어진 등 파진 집처럼, 아직은 미끄러지지 않을 각도에 서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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