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청송군청 공무원들 '고향식당'

짜장면으로 해장을? 45년 수타 내공의 힘이죠

'자장면'보다는 '짜장면'이 더 친근한 국민요리. 집이나 회사뿐만 아니라 당구장이나 미용실, 공사장 등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서민 한 그릇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근래에 들어 짜장면집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쓰는 집이 많아졌다. 맛이 강한 짜장면을 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는 이유가 바로 조미료 때문이다. 그래서 짜장면을 느끼한 음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청송에서 술 마신 다음 날 해장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맛의 짜장면을 파는 곳이 있다는 청송군 공무원들의 제보가 들어왔다. 공무원들은 절대 조미료를 쓰지 않고 주문할 때마다 직접 수타면으로 면을 삶고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려 고소함까지 느껴진다는 '고향식당'의 '진짜' 짜장면을 추천했다.

◆짜장면으로 과음한 속을 달래는 직원들

청송군청 행정계 윤홍배 계장, 장혜란'권기범'이승민 주무관 등이 삼삼오오 고향식당으로 들어선다. 전날 과음한 윤 계장은 이곳 짜장면으로 해장할 생각이다. 윤 계장은 "전날 술을 마신 날이면 고향식당 짜장면으로 해장해야 한다. 고소하고 달콤한 장이 속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쫄깃한 면을 먹고 나야 한 끼를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군 행정계 직원들이 짜장면을 비벼 모두가 다 먹는 시간은 채 20분이 안 된다. 장 주무관은 "보통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데, 먹으며 입을 닦고 하다 보면 불어서 다 먹지를 못한다"며 "하지만 이 식당 짜장면은 깔끔하게 먹을 수 있고 한 그릇을 다 먹어도 부대낌 없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 식당 짜장면은 짜장 양념을 그냥 퍼먹어도 짜지 않고 고소하며 면도 수타면으로 알맞게 삶아 탱탱함이 한 그릇 다 비울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권기범 주무관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 이 집 짜장면이 그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고향식당 짜장면이라고 특별한 비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꼭 하나를 꼽으라면 45년 전 주인 부부가 배운 짜장면 조리법을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는 '맛 고집'이다.

◆청송군수는 못 오는 짜장면집

공무원들이 특히 고향식당의 짜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곳은 '군수님'이 오지 못하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박종갑 전 군수가 소문을 듣고 이 집을 찾아왔을 때 이 식당 여주인은 "군수님 오시니깐 다른 직원들 못 온다"며 "한 그릇만 드시고 다시는 오지 마시라"고 한 것.

청송에서 군수라면 '최고의 권력'으로 여겨지지만, 이 식당에서는 군수보다 일반 공무원들이 그 위에 있었던 것이다. 이후 군수가 몇 차례 바뀌어도 이 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다는 소문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만난 한동수 청송군수도 이 식당과 얽힌 재미난 사연이 있었다. 한 군수도 이 식당 짜장면이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박 전 군수의 소문을 알기 때문에 쉽게 발걸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한 군수는 선거 운동원들과 동네를 누비다 때를 놓쳐 배가 출출한 참에 이 식당을 찾았다. 선거 중이라 군수직을 내려놓은 상태여서 군수도 아니었고 점심때도 지난 시간이라 식당에 피해를 주지도 않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한 군수 일행은 기회다 싶어서 식당 문을 들어섰지만 여주인의 한마디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재료 떨어져서 장사 안 해요." 결국 군수 못 오는 짜장면집의 전통은 지켜졌다.

◆식당 주인의 이유 있는 불친철

고향식당은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시골의 작은 짜장면집이다. 부부는 45년 전부터 짜장면을 만들었고 지금의 자리에서 25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 외지인들이 처음 방문하면 느끼는 게 '불친절'이다. 바쁠 때는 음식을 여러 가지 시켜서도 안 되고 주인이 골라주는 것만 주문해야 한다. 현금으로밖에 계산할 수 없으며 현금영수증도 안 된다. 사전에 이런 내용을 꼭 확인해야 하며 주인이 매번 설명하지만 실랑이를 할 때도 있다. 부부가 단둘이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받고 상을 치우고 계산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까지 해주기에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청송 사람들은 이런 부부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이 식당을 찾을 때는 꼭 현금을 준비하는 배려를 보인다.

이 식당 주인은 손님이 많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특히 외지인들이 오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휴가철인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는 식당 문을 닫는 파격적인 운영을 한다. 단골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평생 같은 맛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 입맛을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곳이 바로 고향식당이다.

▶짜장면=보통 4천500원, 곱빼기 5천500원

▶짬뽕=보통 5천원, 곱빼기 6천원

▶우동, 간짜장, 두루치기, 탕수육, 잡채 등의 음식이 있지만 거의 안 됨

▷영업시간=오전 11시~오후 6시(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면 거의 재료가 떨어짐)

▷규모=40석. 주차는 청송읍내 공용주차장(무료)

▷특이사항=배달 안 됨. 일요일'7월 중순~8월 말까지 영업 안 함. 현금만 결제(현금영수증 안 됨)

▷주소 및 문의=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271, 054)873-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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