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이었다. 야간 근무 중인 오후 11시쯤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병원 앞에 환자가 넘어져 다쳤다는 것이었다. 병원 앞이라면 으레 병원으로 연락을 취할 텐데 119로 신고하는 일은 가끔 있는 일 중 하나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할머니 한 분이 길에 누워 있고, 얼굴과 손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었다. 할머니 모습을 보니 며칠 동안 씻지 않아 냄새가 심하게 났고 말도 왠지 어둔했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태워줘, 빨리!"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보호자 연락처 있어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그냥 ○○병원에 태워주면 돼"라고 했다. 직감으로 할머니에게 치매 증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장에서 상처를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그곳 병원 관계자들은 "또 이 할머니야?"라고 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자기들 병원에 3, 4번을, 그것도 야간에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병원에 보호자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어서 우리는 병원 관계자에게 할머니를 인계할 수 있었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요즘 자주 치매 환자를 본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복현구급대에 근무할 당시 산격동에서 발생한 치매 할머니에 대한 출동이 생각났다. 낮에 산격동 2층 주택에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가보니 할머니가 길바닥에 앉아 있었고 할머니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할머니에게 "어디 아프세요?"라고 말을 건네니 대답 없이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치매 할머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웃 주민 아주머니는 "치매가 있은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우리 대원은 보호자에게 연락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수소문 끝에 아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보호자인 아들과 통화했다. 그런데 아들은 예민한 목소리로 그냥 "2층 집에 올려주세요"라고 답했다. 할머니가 치매가 있어 2층 문을 잠가 두었는데 또 열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보호자의 말에 몸부림치는 할머니를 2층 집으로 모시고 올라가 거실에 데려다 놓았다. 방 안에는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가재도구 등 할머니의 일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2층 거실에 모셔 놓았다는 전화를 한 뒤 귀소 할 수 있었다.
그다음 주 주간 근무에 또 산격동 주택 할머니 신고가 들어왔다. 직감으로 전에 그 할머니란 예감이 들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치매 할머니는 또 길 밖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지난번 걸었던 아들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아들은 또 "2층에 올려 달라"고 말했다. 우리 구급대원은 할머니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아들에게 "현장에서 기다릴 테니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아들과 10분가량 통화한 후 현장으로 온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서 30분 넘게 기다렸다. 도착한 아들과 함께 우리는 치매센터를 수소문하여 할머니를 치매요양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출동을 해보면 치매 할머니를 방치하는 보호자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치매라는 것이 본인도 힘들고 가족과 보호자들에게는 더욱 힘들게 다가오는 병이라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점으로 부각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2015년도 치매 증세 환자가 60만 명 이상이 된다는 통계 수치가 나오고, 10년 후에는 100만 명 이상 된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어야 할 것 같다.
2015년 5월 초 대불노인복지회관에 심폐소생술 및 제세동기 교육 강사로 교육할 때에도 CPR 및 AED 실습교육을 마치고 구급출동하면서 겪은 목격담을 들려주고 치매 예방법으로 손뼉치기, 손끝 마사지. 손 마찰시키기 등을 알려 드렸다. 또 퇴계 이황의 건강법인 활인심방을 몸소 보여주며 따라하게 하니 어르신들이 무척 기뻐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또 치매는 여러 원인으로 뇌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병으로 한번 치매에 걸리면 본인뿐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고 힘든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치매 초기 증상은 가족, 친지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밤낮을 구별하지 못하고, 잠자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기억 장애로 자신의 이름이나 연락처 주소 등 조금 전에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또 방향 감각이 저하되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신경질적으로 과격한 행동을 보인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치매 관련 병원을 방문하여 더 심각한 치매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겠다. 치매 예방법으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손가락 움직이기, 취미 생활하기, 규칙적인 운동, 특히 평생 책을 보거나 메모하는 습관들이기 등 근본적인 건강관리를 실천해서 치매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치매에 대한 관심과 환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다시 한 번 치매 예방에 힘써 나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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