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래 문화자산 풍성하게 만드는 마을 역사 기록

1일 상주시청에서는 상주시 은척면 황령1리 마을 이야기를 담은 영화 '초황령' 시사회가 열렸다. 감독과 배우 모두 마을 주민으로 8개월 동안 찍은 70분짜리다. 마을의 생생한 이야기의 기록물이자 황령1리의 훌륭한 공동 문화유산 목록 하나가 더해진 셈이다.

영화 제작 제안은 마을에서 젖소를 기르는 목장 대표가 했다. 이미 3년 전부터 주민 활동을 담은 영상물을 마을회관에서 보여 주며 호응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다. 올 초 제안해 21가구 31명 전원과 이웃 마을 10명도 찬조 출연했다. 부인은 조감독으로 도왔다. 장비는 보유한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가 전부다. 출연료가 없다 보니 제작비도 0원이다.

내용은 농촌에서 흔히 빚어지는 일로 영농 자금 문제로 주민들이 갈등을 겪다 다시 화목한 삶을 되찾는 줄거리다. 밋밋할 것 같은 주제이지만 구수한 사투리로 웃음과 미소를 자아냈다. 촬영 과정을 떠올리면 진한 감동마저 준다. 출연 주민의 평균 나이가 70세를 넘었다. 대사 외우기, 시간 내기도 어려워 온종일 찍어도 쓸만한 장면은 1분 남짓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은 촬영으로 모두 하나가 됐고, 실수와 NG의 연발 등 숱한 난제를 이기고 화합의 결정체를 만든 것이다.

이번 마을 영화 제작은 뜻있다. 국가와 경북도, 시'군의 공식적이고 거시(巨視) 기록 자료와는 다르다. 거시 기록이 놓치는 마을 같은 소단위 공동체의 역사를 담은 미시(微視) 기록이다. 왕조실록이 빠뜨린 역사를 지방과 마을 단위의 수많은 지지(地志)가 기록으로 남겨 지금 소중한 자산이 된 것과 같다. 역사 기록도 다양해진다. 특히 뒷날의 문화 자산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그 효용 가치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칠곡군의 '인문학 마을만들기사업'과 '인문학마을협동조합'도 같은 역할이다. 마을 단위 고유의 특색있는 자원의 발굴 및 보존, 기록 등 여러 사업으로 마을과 지역공동체까지 살리고 있어서다. 이미 사라졌거나 점차 잊혀져 가는 유무형의 마을자원을 새 자산으로 바꾼 좋은 사례다. 이 두 사례는 소규모 단위에서 이뤄지는 미시 활동이지만 마을과 지역공동체를 살찌울 것이 분명하다. 보다 많은 마을은 물론 또 다른 사례가 이어지도록 지자체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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