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일러스터레이 P씨의 5기

여기 네티즌 23만 명이 열광한 취업 분투기가 있다. 청년실업 시대에 토익 공부하랴, 자기소개서 쓰랴, 운 좋으면 취업 면접 보러 다니랴, 이렇게 구직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 벌려고 알바하랴 바쁜, 어느 20대 취업준비생이 그 고된 와중에도 쓴 글일까? 아니다. 글의 주인공은 네 번째 실직을 하고 다섯 번째 구직에 나섰던 중년의 일러스트레이터 박상철이다.

저자는 서울대 미술대학을 나와 조선일보 그래픽디자인팀에서 일하던 회사원이었다. 이후 두 번 명함을 바꾸고 비로소 입사한 네 번째 직장에서 다시 의도치 않게 실직했다. 네 번째 실직은 이전 세 번의 실직과는 충격과 공포의 강도가 달랐다. 저자는 청년과 장년의 시간을 모두 흘려보낸, 식솔 딸린 중년 신세였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실직은 '불덩어리를 삼키는 것'이었다. 차력사들이야 불덩어리를 삼키면 관객들로부터 관람료라도 받지만, 저자는 그럴 수도 없었다.

대신 저자는 불덩어리를 추진 연료 삼아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오르겠다고 작정했고, 정말로 날아올랐다. 다섯 번째 취업에 성공한 것. 책은 그 9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실직 후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경력을 살려 그림과 글로 구성한 콘텐츠를 2014년 4월 28일부터 2015년 3월 4일까지 26회에 걸쳐 네이버에 연재했다. 내용은 그리 특별할 것 없다. 실직을 선고받은 뒤 도서관으로 출근하고 알바도 구하고 여기저기 구인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등 백수가 된 중년 아저씨의 일상이 이어진다. 이 솔직담백한 이야기의 매력과 실감 나는 일러스트에 네티즌들은 반했다. 무엇보다도, 이런 4전 5기의 취업 신화를 쓰고 또 사람들에게 고백한 중년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35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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