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숱한 음식점이 새로이 문을 열고 닫는다. 이 치열한 외식업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개발되는 신메뉴도 부지기수다. 기존 식당은 새로운 곳에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무수히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최현석, 정창욱, 이원복 등 스타 셰프가 조리한 음식? 아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1985년 2월 대구 효신초등학교 6학년 2반을 졸업한 동창생들은 이따금 '기막힌 조개탕'에서 뭉친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밥숟갈을 뜨니 이보다 꿀맛이 있을 수가 없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자주 모임을 하다 보니 모임명도 생겼다. 이름하여 '인순이의 첫 아이들'. 이들은 현재 대구 중앙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성인순 교감의 첫 제자들이다. 이들이 자랑하는 꿀맛을 찾아 '기막힌 조개탕'을 들여다봤다.
◆한방 육수가 기가 막힌 조개탕
"국물이 끝내줘요." 이 말은 오래전 유행한 TV 광고 문구이다. 18일 저녁 '인순이의 첫 아이들'의 입을 통해 오래간만에 이 말을 들었다. 이들은 조개탕 국물을 두고 '끝내준다'고 말했다. 조개탕 국물이야 시원한 게 당연. 별 기대감 없이 한 숟갈 떠먹었다. 이게 웬걸. 달랐다. 일단 국물이 시원한 건 다른 음식점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입안에 감도는 향에서 차이가 났다.
'인순이의 첫 아이들' 멤버 신용진(43) 씨는 "이 집은 한방 육수를 사용한다. 그래서 국물을 먹으면 한방차를 마셨을 때와 비슷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고 말했다.
특이하다. 시원한 국물맛을 내려면 다시마, 멸치, 새우 등을 육수로 사용하는 게 기본인데 한방 육수를 사용한다니. 그래서인지 조개탕을 한참 먹다가 육수를 더 부어 달라면 종업원이 한방차를 가져다준다.
최태환 '기막힌 조개탕' 대표는 "조개탕은 어차피 가리비 등 각종 해산물이 들어가 국물맛이 시원해지기 때문에 일부러 인삼, 대추, 헛개, 감초 등을 우려낸 한방차를 육수로 사용한다. 대신에 북어를 넣고 끓여서 한약재 맛은 죽이고 향은 은은하게 나도록 한다"고 말했다.
◆별난 게 있는 해물탕
냉면에 다진 양념을 넣지 않고 먹는 이들이 있다. 회를 먹을 때도 초장이나 쌈장은 기겁하고 간장에만 살짝 찍었다가 먹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먹으면 양념 맛으로 먹는 거지"라고 말한다. '인순이의 첫 아이들' 멤버 추연철 씨는 해물탕을 먹으면서도 이 같은 말을 한다. 그는 양념 없이 맛있게 요리하는 게 진짜 맛있는 거라는 나름의 심미(味)안이 있다.
추 씨는 "해물탕을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한 곳이 있는데 '기막힌 조개탕'은 양념 맛이 강하지 않아 붉은 국물인데도 개운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추 씨의 말에 최재영 씨도 "여러 곳에서 해물탕을 먹어봤지만, 여기만큼 재료가 싱싱한 곳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여기처럼 가리비를 많이 주는 곳도 본 적 없다"면서 "싱싱한 재료가 들어가니까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맛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공감했다.
또 다른 멤버 손혁원 씨는 "해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 해물탕은 맛있게 잘 먹는다"고 말한다. 손 씨가 이곳 해물탕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등갈비 덕분이다. '기막힌 조개탕'에서는 해물과 조개가 들어간 냄비에 등갈비 150g이 들어간 해물탕을 올린다. 덕분에 해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갈비를 뜯으며 얼큰 시원한 해물탕을 맛볼 수 있다.
◆혼자서 즐기기 좋은 식당
신용진 씨는 술 마신 다음 날 점심때 홀로 '기막힌 조개탕'을 찾는다. 그리고 해물뚝배기를 먹으며 해장하곤 한다. 해물뚝배기는 '기막힌 조개탕'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다. 요즘같이 찬바람이 부는 날 뜨끈한 해물탕을 먹고 싶은데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해물뚝배기가 답이다. 해물뚝배기는 '기막힌 조개탕'에서 나오는 해물탕의 1인용이라 생각하면 된다. 등갈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똑같다. 여기에 강경에서 올라온 젓갈에 밥을 쓱싹 비벼먹는 해녀 비빔밥이나 강경젓갈 쌈밥 정식인 해녀 밥상도 단출하게 점심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신 씨는 "해녀 비빔밥이나 해녀 밥상은 갈치속젓이나 가리비젓, 낙지젓 등 젓갈이 맛있어 다른 반찬에 손이 잘 안 갈 정도이다"면서 "점심때 혼자 밥 먹으러 왔다가 역시 혼자 온 동창들을 마주쳐서 같이 앉아 밥을 먹을 때가 종종 있다. '기막힌 조개탕'은 낮에는 혼자, 밤에는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자랑했다.
▶기막힌 조개탕 3만5천~5만원, 별난 해물탕 3만5천원, 해녀 비빔밥 6천원, 해녀 밥상 7천원, 해물뚝배기 8천원.
▷영업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11시. 오후 3~5시는 휴식시간. 매주 일요일 휴무.
▷주차는 공영주차장 이용(손님 무료)
▷주소 및 문의=대구시 수성구 범어천로 34(황금동 675-5), 053)767-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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