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태맹의 시와함께]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황지우(1952~ )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전문.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 지성사. 1998)

일 년간 이곳에 시를 옮겨 적고, 시를 이야기하면서 나의 질문은 늘 한결같았다. 시란 무엇인가? 내가 시를 쓰는 이유와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좋은 시란 무엇인가? 어쩌면 시란 침묵이라는 물속에서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침묵의 작가 피카르트(1888~1965)의 말을 빌려보면 "침묵은 철저히 인간의 본질 속으로 엮여져 들어간다. 그러나 언제나 침묵은 다만 그 위에서 보다 고귀한 것이 나타나게 하는 하나의 토대일 뿐이다.

즉 인간의 정신 속에서 침묵은 숨은 신에 관한 앎으로서 나타난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신이 숨은 신 이상의 것이듯이, 언어는 침묵 이상의 것이다." (『침묵의 세계』)

그리고 시는 물이라는 침묵 속에 숨어있는,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와 같은 그 무엇인 것이다.

그런데 사물을 가장 잘 보는 방법은 똑바로 노려보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사물을 식별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시는 긴 외다리로 서서 그렇게 무심한듯 맹하게, 침묵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식별해 내는 일일 것이다.

시와 함께 1년을 보냈다. 이 마지막 날의 저녁이 모두에게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였으면 좋겠다. 이것이 단지 희망사항만일지도 모르지만, 시는 그것을 꿈꿀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가 청와대의 주요 정책과 경쟁자인 김민석 후보의 신천지 의혹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농기계 국내 1위 대동은 수익성이 악화한 중국 사업을 접고 대구 공장에 약 800억원을 투자하여 AI 도입 및 노후 설비 교체를 추진한다고 ...
정부가 농지 소유자의 직접 경작 여부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농촌 사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조사 결과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
한국 외환당국이 최근 원화 가치를 안정시키려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우려가 배경으로 분석..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