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원숭이는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종(種)으로 진화했다.' 인간 진화론을 주장한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기독교의 창조론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당시 유럽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 그가 만약 1968년에 제작한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를 감상했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혹성탈출'은 지구를 떠나 우주를 탐사하던 승무원들이 어느 행성에 불시착했는데, 그곳에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놀라운 현실과 마주하는 가설을 내용으로 한 SF 영화이다. 영화 속의 원숭이들은 고유의 문명을 가진 지성적인 존재이다. 자신들의 문명 체계와 지배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을 붙잡아 연구'관찰하고 의학 실험에 이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그저 비주체적'비문명적인 동물일 뿐이다. 인류 문명의 충격적인 반전을 묘사한 이 영화의 디스토피아적인 영감은 2011년판 '혹성탈출'에 이어 '진화의 시작' '반격의 서막' 등 다양한 후속 시리즈로 이어졌다.
다윈의 진화론이 아니더라도 원숭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많이 닮은 동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가 이웃의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서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문화 속의 원숭이는 출세와 장수, 모성애, 재주꾼 등을 상징하는 영리한 동물로 자리한다. 12간지에서 아홉 번째인 원숭이는 예로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 '좋은 징조'의 소재로 등장한다.
조선 후기 장승업이 그린 '송하고승도'(松下高僧圖)에는 원숭이가 소나무 줄기에 걸터앉은 노승에게 불경을 바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원숭이를 영물(靈物)로 인식하는 대목이다.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라는 그림에서는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울 건너편의 게를 잡으려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과거에 급제해서 입신양명하고 싶은 소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강령탈춤'봉산탈춤 등에 나타나는 원숭이는 인간의 도덕적 위선을 풍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원숭이는 회화나 도자기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다산과 장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원숭이는 영리하지만 교활하다는 부정적인 인식 또한 없지는 않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는 속담은 잔꾀나 교만을 경계하는 말이다. 병신년(丙申年)은 '붉은 원숭이의 해'로 특히 길상(吉祥)을 상징한다. 올 한 해 부디 좋은 일들이 많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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