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김나옥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

인성 키우는 5無 학교, 교육 내용은 "내가 진짜 소중한 사람"

▷1962년 대구시 동구 안심동 출생 ▷대구 반야월초
▷1962년 대구시 동구 안심동 출생 ▷대구 반야월초'안심중'경명여고 졸업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미국 American University 특수교육(학습장애 전공) 석사 ▷단국대 교육학 박사 ▷전 대구 동촌중'안심중'지산중 교사 ▷전 국립 서울맹학교 교감 ▷전 국립특수교육원 기획연구과장'연수과장 ▷전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연구관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운영이사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청소년멘탈헬스인성교육협회 회장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김나옥(53)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은 "국가 장학금으로 공부했으니, 나라에 보답해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을 늘 새기고 있다. 6'25전쟁 보훈대상인 아버지 덕분에 고교 때까지 장학금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던 중 학교생활 적응에 힘들어하던 지체장애 학생을 보면서 특수교육에 눈을 돌렸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뇌교육을 배우고, 미국 특수학교 인턴십, 뇌교육 박사 논문 등을 통해 뇌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에 골몰했다. 이후 장애학생 등이 어우러진 통합교육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교육부 문을 두드렸다.

중등교사, 특수교육, 뇌교육, 교육연구관 등 풍부한 경험을 쌓은 그는 지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성적과 입시위주의 제도교육 밖에서 자신의 참가치를 찾고,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대안학교에서 교육의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김 교장으로부터 대안학교의 성격과 운영방향, 지향점을 들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1년 과정의 대안학교다. 그동안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학영재, 과학영재로 키우고 또 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 더 필요한 사람은 인성이 훌륭한 사람이다. 인성이 참가치이고, 이 가치를 가진 사람이 인성영재다. 인성영재를 키우는 학교다. 우리나라 건국이념인 홍익인간과도 맥을 같이한다. 학생들에게 학교환경 바깥 체험을 통해 교육을 하기 때문에 5무(無) 학교다. ▷학교건물 ▷교과서 ▷교과수업 ▷시험 ▷성적 등이 없다.

-무엇을 추구하나

▶우리 청소년들은 학창시절 성적과 입시에만 매달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자기이해와 성찰의 기회가 필요하다. 나에게 맞는 진로를 제대로 찾아보자는 의미도 있다. 우리 학생들은 대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아 1년 만에 유턴하거나 직장에 들어가서 후회하기도 한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학교 바깥으로 나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뭔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성적이나 외모, 환경이 좀 떨어지더라도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과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

-교명이 왜 벤자민인가

▶벤자민 프랭클린과 같은 인성영재를 키우는 학교라는 의미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벤자민은 스무 살을 전후해 '인격 완성'을 삶의 목적으로 삼고, 겸손'절제'침묵'정의 등 13가지 덕목을 매일 점검하면서 평생 실천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평생 자기계발을 하고, 삶의 목적을 돈, 권력, 명예가 아니라 인격 완성에 뒀기 때문에 글로벌 인성영재의 모델이라고 보고 그의 이름을 땄다. 국내에도 존경할 인물이 많지만, 내년 일본에 벤자민학교를 개설하는 것을 필두로 미국, 유럽 등지로 글로벌화할 것을 겨냥해 교명을 지었다.

-학교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지난해 3월 개교할 때만 해도 학생이 27명에 불과했다. 고교생이 1년을 쉰 뒤 다시 정규학교에 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작용한 탓이었다. 하지만 대안학교의 취지와 효과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450명이 들어왔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에 18개 학습관이 있다. 담임교사는 120명으로 학생들과 밀접하게 호흡한다. 담임은 학생이 매일 온라인으로 '성찰일지'를 쓰면 의견을 달아주고, 체험활동을 인솔하고, 국토종주 등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중간에 격려하는 역할도 한다.

-어떻게 운영하나

▶고교 1, 2, 3학년이 대상이다. 휴학을 하고 들어오거나 일부 자퇴한 고교생도 있다.

3월에 입학하면 이듬해 2월까지 사회체험과 봉사 등을 주로 하게 된다. 3개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고, 외국어'스포츠'문화예술 분야 중 자신이 하고픈 활동을 하도록 한다.

정규수업은 1주일에 2시간씩 2번, 모두 4시간이다. 한 번은 담임교사와 함께 체험적 인성교육과 뇌교육을 한다. 뇌체조와 명상, 팀 활동을 통한 교류와 소통이 수업내용이다. 또 한 번은 온라인학습관리시스템(LMS)을 활용해 화상으로 같은 반 친구들과 독서토론을 한다.

이와 별도로 매월 1차례 전체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1박 2일 워크숍을 갖는다. 이 학생 워크숍에서는 뇌교육과 체력단련, 주제발표, 학생공연, 멘토 특강 등이 이뤄진다.

1년간 가장 중요한 교육은 본인 스스로 계획을 짜 실행하는 '벤자민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자신이 관심 있고,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 자유롭게 계획해 1년간 실행한 뒤 연말에 발표를 하는 것이다.

벤자민프로젝트와 워크숍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멘토다. 멘토는 담임교사를 비롯해 가수, 교사, 국회의원, 기자, 미술가, CEO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1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멘토의 역할은

▶학생들의 관심에 맞춰 관련 분야 멘토를 연결해준다. 멘토는 기본적으로 1달에 1번 이상 학생과 직접 또는 온라인 상 만나고, 연간 4차례 워크숍 중 2차례 이상 참석한다. 이를 통해 학생 상담에 응해주면서 삶의 방식과 가치를 함께 의논한다.

-멘토'멘티의 좋은 사례는

▶스페인에 한 달간 국토순례를 다녀온 A군은 이후 삶에 대한 자신감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A군의 변화에는 멘토가 있었다. A군은 스페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숙박을 하고, 아파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멘토와 카카오톡 2천 개를 주고받으며 긴밀히 소통했다.

학교에서 다른 친구를 괴롭혀 보호관찰대상이던 B군이 동료, 후배들에게 꿈을 전파하는 강사로 바뀐 사례도 있다. B군은 담임교사의 멘토 아래 칭찬과 격려를 받고 친구들과 봉사활동, 하프마라톤 등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특히 친구 3명과 함께 국토종주를 하고 난 뒤 자신감에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B군은 자신의 변화를 친구들에게 말하고, 후배들에게도 전파하는 강연자가 되고 싶었다. 실제 자신이 졸업한 중학교의 학교폭력 가해자교육프로그램인 'We-Class'에서 '나도 이렇게 변했다. 여러분도 꿈을 갖고 살아라'고 강연해 호응을 얻었다. 이후 보호관찰 대상자들에 대한 강연 등 강연요청이 잇따라 스스로 멘티이면서도 멘토 역할까지 하고 있다.

우울증으로 3년째 약을 복용하던 C양은 벤자민학교에서 동물과 가까워지면서 아픔을 극복한 경우다. C양은 애완견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명에 대한 사랑과 삶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우울증을 극복한 C양은 생명존중 정신을 알리는 사람이 될 것을 결심하고 진로를 찾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벤자민프로젝트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쉬운 컴퓨터 앱을 개발하거나, 다양한 직종의 50명을 인터뷰해서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이 선호하는 프로젝트는 국토종주프로젝트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국토를 종단하면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경험자들은 발에 물집이 잡히고, 중간에 병원 치료를 받고, 동료끼리 싸우기도 하면서 수차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 리더십과 함께 삶에 대한 자신감까지 생긴다.

-외국에도 이런 유형의 대안학교가 있나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갭이어(gap year)가 있다.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인턴, 창업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을 말한다. 아일랜드는 '전환학년제'를 공식 도입해 교육부 주도로 고교 1년을 시험 없이 체험활동과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이와 유사한 중학교 '자율학기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중학생이 진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기에는 다소 이르고 6개월이라는 기간도 짧다고 본다.

-벤자민학교의 지향점과 바람은

▶청소년기 1년 정도는 자신을 성찰하면서 꿈과 목표를 찾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모두 자기 가치를 찾고 행복해지는 것이 지향점이다. 당초 '미인가 학교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교육부 동료, 선후배들이 지금은 "대사건이고, 기적이다. 더 많이 알려지게 되면 대한민국 교육이 바뀔 것"이라고 놀라워한다. 비록 정규 교과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교육의 일환으로 인정됐으면 한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의 공통점은 인성과 창의성이다. 그 기본바탕은 '내가 진짜 소중한 사람'이라는 자존감이다. 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벤자민학교다.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괜찮은 아이인 것 같다"라는 말이 벤자민학교의 가장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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