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장례 단상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요즘 친척이나 지인들이 가끔 세상을 떠난다. 부모님이 80대이다 보니 당신 지인들의 부고장도 수시로 날아든다. 고향 친구, 고교 동창,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들의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이제 일상처럼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저장된다. 산 자는 죽은 이를 위한 행사인 '장례'에 동참하며 죽은 이에 대한 예의를 표시한다. 응당 그래야 하지만, 바쁜 일상은 현대인에게 그럴 수 있는 여유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바빠 죽겠으니 남의 죽음은 일단 좀 밀쳐 둬야 한다'는 식으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하루하루를 지내야 한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접했던 장례는 좀 달랐다. 어린 눈에 비친 장례는 꽤 엄숙했고 한편으로는 축제 같기도 했다. 죽은 이의 주검을 모시는 공간은 대부분 당신이 평생을 산 집이었다. 가족과 친척들이 망자를 위해 곡을 하고 눈물을 흘리면, 그 자리에서 주검도 함께 곡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금방 온 동네에 퍼졌다.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말과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하며 곧 장례를 치를 집을 위해 뭔가 하나 둘 차분하게 준비했다.

이윽고 장례가 시작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망자의 집에 모여들었다. 이때부터 죽은 이의 집은 순식간에 마을의 축제 장으로 변한다. 마당 한쪽에는 장작불이 타오르고 솥에는 물이 끓기 시작한다. 며칠 동안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장례라는 축제 속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뒤섞인다. 그리고 장례의 마지막 날 아침, 꽃상여가 망자를 태우고 산으로 향한다. 이때 상여를 멘 이들은 대부분 망자와 함께 생활하고 미웠든 고왔든 정을 나눈 사람들로 구성된다. 장례는 망자의 마지막 유품까지 불에 태워 하늘로 올리는 절차까지 합쳐 대략 일주일 내지는 열흘 넘게 이어진다. 이렇게 산 자들은 죽은 자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이런 체험을 하고 자란 내 또래 50대 이상 중년들에게 요즘의 죽음은 가볍고, 망자를 떠나보내는 절차는 너무나 간소하다. 누군가의 죽음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는 절차도 이제 마을 공동체의 몫이 아닌 병원과 장례업체의 일거리가 돼 버렸다. 그리고 내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경험했던 축제 같은 장례는 이제 역사책 속에서나 접할 수 있을 뿐이다. 역사책을 보고 과거의 추억까지 떠올릴 수 있는 나 같은 세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마도 현대인은 죽음을 점점 삶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죽음을 삶의 연장 선상에 두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던져 놓는 것 같다. 그래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우러지던 그때 그 시절의 장례는 다시는 접할 수 없을 것 같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대한 육사총동창회의 반발이 이어졌다. 총동창회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8'의 역대급 사전예약에 힘입어 구미에서 열린 '2026 갤럭시 런칭 페스타 with 구미' 행사에는 200여 명이 ...
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인구 방어선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구미시는 40만명 방어선 붕괴 위기를 겪고 있고, 고령군은 인구 3만명 회복을...
필리핀에서 중국인이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전력망 사업에 개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은 로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