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국립공원을 지켜라"
1일 저녁 충북 단양군 소백산 자락에서 발생한 산불은 하마터면 수백 년 된 주목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소백산국립공원까지 삼킬 뻔했으나 진화대의 신속한 대응과 몸을 사리지 않는 사투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2일 단양군에 따르면 땅거미가 질 무렵인 지난 1일 오후 6시 16분께 소방당국과 단양군청에 소백산에서 불이 났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단양군은 즉시 비상 체제를 가동해 20여분 만인 6시 40분 류한우 단양군수를 본부장으로 하는 현장 지휘본부를 꾸렸다.
발화 지점이 단양읍 천동리 산 7번지 천동동굴 부근이라는 사실을 확인, 곧바로 전 직원 비상소집 명령을 내렸다.
군청 직원은 물론, 단양국유림관리소,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단양군 산림조합,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 직원까지 400여 명이 산불 현장에 출동했다.
불길이 능선을 넘어 가곡면 어의곡리로 번질 것에 대비해 위험 지대의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진화대는 발화지점이 소백산국립공원에서 약 1㎞밖에 안 되는 점을 고려해 불길이 산 위쪽 국립공원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날이 어두워져 헬기를 동원한 진화 작업도 불가능해 전적으로 진화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산불 진화용 헬기는 계기 비행이 가능한 전투용 헬기와 달리 자동항법 장치가 없어 육안으로 비행해야 한다. 야간 화재 시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소방차도 6대 투입됐지만 산 속 화재현장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어 개인 휴대용 소화펌프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쳐야 했다.'
결국 50여 명으로 구성된 '국립공원 사수대'가 산을 올랐다. 1시간 30분가량 산길을 올라 발화지점에서 국립공원 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방화선을 쳤다.
한쪽에서는 등짐 펌프로 불을 끄고, 다른 쪽에서는 삽과 갈퀴 등 장비를 이용해 불에 타기 쉬운 낙엽과 나뭇가지를 긁어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이렇게 사수대가 밤샘 방어에 나선 끝에 헬기 투입이 시작된 2일 새벽녘까지 불길이 국립공원으로 넘어서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사수대의 필사의 노력으로 불길은 국립공원 경계선 500m를 앞두고 가까스로 멈춰섰다.
무서운 기세로 어의곡리 쪽으로 번지던 불길도 2일 오전 7시 30분께 헬기 진화가 시작되면서 이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사수대는 쉽게 산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 불씨를 완전히 잡아야 하는데 산세가 험한 탓에 잔불을 정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단양군은 2일 오후 8시가 되도록 '완전 진화'를 선언하지 않았고, 사수대 역시 만 하루가 넘은 이시간까지 가파른 소백산을 오가며 불씨를 잡고 있다.
불씨가 완전히 잡으려면 자정께나 가능할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단양 지역 대부분 산이 그런 것처럼 화재 발생 지역도 암석 지대인 데다 산세까지 험해 진화 작업 도중이나 산을 오르내리다 다치는 직원이 속출했다.
불이 난 곳이 등산로가 아니어서 어려움이 더 컸다.
사수대는 체력이 고갈났을뿐 아니라 부상자도 많았다.
단양군 보건소의 한 직원은 진화 작업을 끝내고 체력이 바닥난 동료 직원을 부축해 내려오다 넘어져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단양군 관계자는 "진화 작업과 등하산 때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며 "민관 가리지 않고 소백산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하나로 뭉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백산국립공원 관계자는 "피해 지역에서 국립공원까지는 직선거리로 500m밖에 안 된다. 야간이라 헬기를 띄울 수 없어 인력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던 털 가슴을 졸였다"며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진화 작업을 하느라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국립공원을 지켜내서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