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2가 치르게 되는 2018학년도 대학입시의 윤곽이 드러났다. 주요 대학들의 대입전형(안)을 보면 한 마디로 수시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의 전성시대다. 2017학년도와 비교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모집인원이 대폭 상승했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학생부교과와 논술 및 특기자전형을 축소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늘렸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2018학년도 입시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됐다.
먼저 유념해야 할 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을 비교과에 무게를 둔 이전 입학사정관전형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일부 사교육기관들이 최근 열풍이 된 소논문 만들기 등 비교과 역량을 특히 강조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도 여기에 모아지고 있는데, 전적으로 오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기본이 학교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 현실이다. 학생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개인의 역량을 보이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사교육기관이나 외부기관에서 대비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의 기본은 소속 학교의 교육과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학업 역량을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짜는 일이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 학기 자신이 배우게 될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학업 역량을 어떻게 넓고, 깊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학생 개인의 학업 역량을 단순히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에 기재되어 있는 과목별 등급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수상 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사항, 창의적체험활동, 독서활동 등 다른 활동과의 연장 선상에서 함께 판단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교과 활동의 출발점 역시 수업 시간에 배우는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이다. 창의적체험활동의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을 교과와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목별 등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되는 내용이다.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이 현재 수치화되어 있는 학생 개개인의 학업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에는 눈에 드러난 수치적인 학업 능력보다는 학생이 입학해서 학업을 잘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 잠재 능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에 담기는 자신의 학업적 역량과 열정, 관심도 등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논문이나 개인 연구보고서 등도 교과와 관련해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하고 이를 더 알아보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쌓인 결과물이 보고서로 나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없이 외부 전문가나 사교육기관의 힘을 빌려 만들어진 보고서는 아무리 내용이 우수하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역시 활동 자체의 내용을 채우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근거로 자신의 학업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한 확장형 활동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가 없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학문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와 관련된 교과에만 집중하는 것도 반드시 좋은 자세는 아니다. 고교 시절에 배우는 교과 가운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교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학생의 지적 호기심이 어느 교과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약한 반면 지적 호기심은 방대한 고교생들의 현 상황에 비추어 보면 어떤 과목이든 순수성을 가지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교과를 중심으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적인 활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학업 역량을 보일 수 있도록 여러 과목에 걸쳐 골고루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강조하는 인재상에 학문적 다양성이나 융합형 인재 등의 표현이 포함된 이유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론적이지만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잘 알고 거기에 가장 충실한 학생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방과후학교,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지 않은 활동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보이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외부의 소리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대학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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