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 끌어들였다 '원수'로, '다단계' 같은 조합원 모집

'지역주택조합은 다단계(?)'

대구 수성구에 사는 주부 김모(42) 씨는 요즘 세 살 위인 언니와 사이가 멀어졌다. 언니의 권유로 지난해 동구의 한 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떼이고서도 조합 탈퇴까지 한참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업이 전면 재검토되는 바람에 탈퇴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지역주택조합은 가족 친지 모두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일종의 다단계와 비슷하다. 일이 꼬여 원수가 된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모(54) 씨는 지난봄 수성구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최근 탈퇴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당했다. 다른 조합원을 구해왔고, 이미 낸 분담금 중 1천만원에 달하는 탈퇴 비용도 감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탈퇴는 차일피일 미뤄지는데도 어디 한 곳 하소연할 곳이 없다. 사업이 삐걱거린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고 소문이 나면 탈퇴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는 "조합 측이 양해해 주지 않으면 사망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기거나 조합의 '선처'가 없는 한 법적으로 탈퇴할 방법이 없다고 들었다"며 "조합에 1억원 이상 물려 있어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했다.

한때 지역 주택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던 지역주택조합이 삐걱거리고 있다. 공급과잉에다 지역주택조합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정성,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쳐 상당수가 사업지연 내지 무산될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지 않았지만, 지역민끼리 조합을 만들어 새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밤샘 줄 서기는 기본이고 '줄 값'만이 1천만원이나 붙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 과정에서 가족 친지는 물론이고 지인들까지 끌어들이기 일쑤다. 그러나 30%도 채 안 되는 저조한 조합원 모집률을 보이는 곳이 부지기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이윤을 나눠 가질 주체 중 시행사가 빠져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지연과 이에 따른 추가분담금 등 모든 위험도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했다.

무리하게 모집한 조합원도 향후 복병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주택조합원을 모집하는 업무는 대부분 대행사가 담당하는 것이 현실. 대행사 직원들은 가입 조합원 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돼 있다. 일단 조합원 자격이 미달하더라도 추후에 보완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꼬드겨 가입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무리한 모집으로 조합원 자격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후에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반환받는 소송으로 이어진다. 설사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조합은 토지작업에 계약금, 중도금 등을 써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조언이다.

배기하 변호사는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이 어떤 경우의 수가 발생하더라도 법적인 검토를 완벽하게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사 조합과 조합원 간의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조합원이 불리한 조항이 가입 항목이나 특약에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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