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가 좋음을 이야기할 때 흔히 원앙에 비유한다. 이에 못지않게 금슬 좋은 새는 황새다. 이들 새가 흔히 글감으로 등장하는 까닭이다. 지난해 6월 삶을 마친 대구의 김규련 수필가 작품 가운데 담배로 이름난 영양 수비면에서도 첩첩산중인 수하마을이 배경인 '거룩한 본능'이란 글도 그렇다. 어느 해 봄, 뜻밖에 나타나 마을 노송 위에 둥지를 튼 황새 한 쌍이 주인공이다.
'마을 사람들은 늘 보던 꿩, 산비둘기, 부엉이, 매 같은 새들과 달라 길조(吉鳥)라 믿으며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일이 생겼다. 낙엽 질 무렵, 밀렵꾼 총에 한 마리가 피 흘리며 쓰러졌고 짝은 달아났다. 정성스러운 치료에도 꼼짝 못했고 밤이 되자 끼룩끼룩 처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짝이 돌아와 맴돌았다. 날이 밝자 다친 황새를 노송 밑으로 옮겼으나 며칠 뒤 무서리가 몹시 내린 어느 날 아침, 한 쌍의 황새가 서로 목을 감고 싸늘하게 죽었다. 심한 산골 추위에 짝을 두고 남쪽으로 혼자 떠나지 못해 결국 함께 삶을 마쳤다.' 작가에게 황새는 영물(靈物)이었고 그런 '황새의 정'에 대해 "인간의 종교보다 더 거룩하고 예술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이라며 기록으로 남겼다.
부부 금슬(琴瑟) 이야기에 나무도 빠질 수 없다. 바로 자귀나무다. 나뭇잎은 농촌 소먹이로 더없이 좋아 소 쌀나무라고도 불린다. 2001년 '나무의사' 우종영은 자신의 책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에서 부부의 금슬을 상징하는 나무로 자귀나무를 들었다. 자귀나무는 밤이면 나뭇잎이 서로 맞붙어 잠을 자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서로 떨어져 있는 속성 탓이다. 그래서 자귀나무를 합환수(合歡樹)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 작가는 마침 하룻밤 신세를 진 집의 젊은 부부 방 앞에 자라고 있던 자귀나무에 얽힌 이런 이야기를 설명했더니 부부가 그렇게 좋아했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부부 금슬만큼은 동식물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임에랴. 마침 경북도가 지난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결혼 60년의 인연을 이어가는 회혼(回婚) 부부에게 장수부부 회혼례를 해마다 정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처음 회혼례 신청을 받은 결과, 도내에서 모두 17쌍이나 된 것이 계기다. 경북에는 어느 곳보다 장수 어르신 부부가 많다. 가족'부부 해체의 세태 속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부부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하면서 금슬을 자랑하는 그들이 그저 아름답고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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