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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신호등'…지구촌 '보행중 스마트폰' 안전대책 백태

스마트폰에 정신 팔려 앞을 보지 않고 걷는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6일 AF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는 '지면 신호등 기술' 시험에 25만 호주달러(약 2억1천500만원)를 투입한다.

지면 신호등은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어디를 걷는지도 모르는 보행자를 위해 길바닥에 설치하는 신호등이다. 차량이 오는 등 길을 건너기 위험한 상황이 되면 빨간 불을 밝힌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오는 12월부터 6개월간 주도인 시드니 도심 주요 교차로 5곳에서 지면 신호등을 시범 운영한다. 성과가 좋으면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버나드 칼론 NSW 도로안전센터 사무총장은 "보행자는 도로에서 취약해 충돌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행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걸을 때도 안전을 보장할 도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최근 보행자 사망 사고가 급증하는 주요 원인을 스마트폰 중독으로 보고 지면 신호등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해 뉴사우스웨일스 도로에서 사고로 숨진 보행자는 61명에 이른다.

올해 초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와 쾰른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이 도로 지면에 등장했다.

건널목 지면에 박힌 컵 받침 크기 LED 등에 트램이 다가올 때 빨간색, 걷기 안전할 때 초록색 불이 각각 켜진다.

트램 선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건너던 시민이 잇따라 사고를 당하자 마련한 안전 대책이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신호등을 무시하고 시선을 아래쪽으로만 두는 사람도 땅에 있는 신호등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도로에는 작년 11월부터 붉은색 테두리 안에 남녀가 머리를 숙여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그림을 넣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표지판이 모습을 보였다.

표지판을 디자인한 야콥 셈플러는 스마트폰에 푹 빠져 길을 걷다가 차에 치일 뻔한 뒤 이런 표지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 벨기에 안트베르펜 도심에는 현지 스마트폰 수리업체의 제안으로 걸어가면서도 안심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전용 길이 생겼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이 길로 걸으면 사용자는 마주 오는 보행자와 충돌할 걱정 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걸어갈 수 있다.

2014년 중국 충칭(重慶)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자가 걸어가는 공간을 분리한 인도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 뉴저지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 벌금 85달러를 물리도록 법제화돼 있다.

독일 자동차 인증기관 데크라(DEKRA)가 암스테르담·베를린·브뤼셀·파리·로마·스톡홀름 보행자 1만 4천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7%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특히 25∼35세의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률은 22%에 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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