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전거로 유럽 일주 대학생 조용준 씨] "한 번 뿐인 20대 평범하게 보내고 싶진 않았

미국 횡단여행을 가기에 앞서 지난 20일 경북대 상주캠퍼스 교정에서 조용준 씨가 자전거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욱진 기자
미국 횡단여행을 가기에 앞서 지난 20일 경북대 상주캠퍼스 교정에서 조용준 씨가 자전거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욱진 기자
지난해 유럽 12개 나라를 자전거로 누비며 얻은 추억이 인생에 있어 가장 값진 재산이 될 것이라고 조용준 씨는 믿고 있다. 조용준 씨 제공
지난해 유럽 12개 나라를 자전거로 누비며 얻은 추억이 인생에 있어 가장 값진 재산이 될 것이라고 조용준 씨는 믿고 있다. 조용준 씨 제공

자전거 마니아인 소설가 김훈은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최근 자전거가 인기 레저 스포츠로 부상하면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 나아가 해외여행도 자전거와 함께하는 라이딩족이 생기면서 새로운 힐링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유럽을 자전거로 일주하고 돌아온 경북대 자동차공학과 4학년 조용준(24) 씨에게 해외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들어봤다. 그는 올 여름방학에는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할 예정이다.

◆6천㎞ 유럽 일주에 도전하다

2015년 9월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조용준 씨는 4학년이 되자마자 유럽을 자전거 여행하기로 결정한 것. 1년 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로 1천만원의 거금을 모아 경비 걱정은 없었다. 그는 지도를 펴놓고 그동안 가고 싶었던 유럽의 나라들을 표시했다. 총 12개국이 선택됐다. 자전거로 여행할 거리만 족히 6천㎞에 달했다.

"한 번뿐인 20대를 다른 친구들처럼 스펙 쌓는데 흘려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휴학을 했지요.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좋아해서 세계여행과 자전거를 접목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실행에 옮긴 셈입니다."

수백만원을 들여 자전거와 각종 자전거용품, 캠핑장비, 카메라 등을 세팅 완료하고 첫 번째 여행지인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 그는 "너무 설레서 10여 시간 동안의 비행 내내 한숨도 못 잤다"면서 "한편으론 나 혼자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격언을 가슴속에 품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련은 바로 찾아왔다. 첫날 숙소 앞 보관소에 세워둔 자전거를 도난당한 것.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가 없어진 걸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1년간 고생하며 준비한 자전거 여행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 허탈했지요." 사나흘 숙소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조 씨는 런던 곳곳을 돌아다녀 자신에게 알맞은 새 자전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조 씨는 "당시에는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사건 덕분에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4개월간 그는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알프스를 넘어 동유럽,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12개국을 자전거로 질주했다. "국내에서 자전거대회에 많이 출전하는 등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혼자 여행은 진짜 힘이 들었다"는 조 씨는 "게다가 알프스를 넘을 때 말동무라도 있으면 서로 의지하면서 힘이 났겠지만, '외로움' 때문에 많이 주저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7천㎞ 미국 횡단에 나서다

조 씨는 올여름엔 방학을 이용해 미국 자전거 횡단에 나설 예정이다. 시애틀에서 뉴욕까지 74일 동안 7천㎞가 넘는 여정. "14개 주를 거치는데, 하루 평균 100㎞는 달려야 하는 거리입니다. 자전거 여행 시스템이 발달한 유럽에 비해 미국은 중간중간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많아 걱정이 되지만, 유럽여행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반드시 성공하고 돌아오고 싶어요."

그는 유럽여행에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이번 미국여행에서는 많은 변화를 줬다고 했다. 일단 짐부터 줄였다. 조 씨는 "유럽에 갈 때는 불필요한 짐이 많았다. 짐 무게만 40㎏이 나갔는데, 자전거 무게 20㎏를 더하니 너무 힘이 들어 이번엔 절반가량 줄였다"고 했다.

옷가지도 기능성 운동복 위주로 변화시켰고, 한번 입고 버릴 수 있는 면바지, 면티 위주로 준비해 갈 계획이다. 또 곳곳이 민가가 있는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노숙이 가능하도록 캠핑장비와 침낭을 추가했다.

그는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전거 여행 입문서를 펴내는 것이 목표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꼭 책으로 남기고 싶어요.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됐으면 합니다."

◆조용준 씨가 제안하는 자전거 여행 팁

1. 타이어 펑크 및 브레이크 조절 등 주행 중에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비 기술 습득해야 한다.(휴대공구세트, 예비 튜브, 펑크수리키트 필수)

2. 자전거는 자신의 몸에 맞는 크기를 선택하고, 되도록이면 무겁지 않고 튼튼한 것이 좋다. 로드 자전거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추천한다.

3. 국내에서 자전거도로로 주행하는 등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4. 숙박시설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고 출발할 것.

5. 아는 길도 물어가기. 미리 코스를 계획했더라도 공사 중이거나 빗물이 넘치는 등 돌아가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6. 하루 최소 100㎞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초 체력 확보. 여행 출발 1년 전부터 체력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7. 복장은 땀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는 기능성 의류를 활용하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얇은 바람막이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주행 중간 간단하게 섭취할 수 있는 음료와 식품, 상비약 등도 필수. 짐받이에 쉽게 장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여행 가방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8. 안전한 여행이 되려면 헬멧과 장갑 등 안전용품을 꼭 착용해야 한다. 더불어 야간에 주행하는 경우를 대비해 전조등과 후미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뒤에서 오는 자동차를 확인하기 위해 백미러를 설치하면 더욱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나홀로 여행하기 좋은 나라 베스트 10

미국 경제 전문 인터넷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최근 162개국의 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와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 결과를 토대로 안전과 행복 등 항목의 점수를 종합해 '혼자서 여행하기 좋은 나라 베스트 10'을 소개했다. 세계평화지수는 호주의 국제비영리기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매년 발표하는데, 전 세계 162개국을 대상으로 군사 예산'무기수출'폭력범죄 정도'잠재적 테러 공격 위험 등 23개 지표를 종합해 평화를 수치화한 지수다. 행복지수는 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이 151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 기대수명, 환경오염 지표 등을 평가한다.

1위 뉴질랜드=대자연 만끽할 수 있는 수많은 액티비티

2위 노르웨이=빙하와 오로라가 빚어내는 절경

3위 스위스=기차 타고 누비는 아름다운 초원과 설산

4위 코스타리카=풍요로운 바다 앞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

5위 오스트리아=노천카페가 즐비한 음악의 수도 빈

6위 베트남=전통시장에서 맛보는 이색요리에 푹

7위 칠레=사막부터 바다까지 천혜의 자연이 펼쳐진 곳

8위 일본=나 홀로 여행 천국, 미식여행에 제격

9위 스웨덴=북유럽의 베네치아 스톡홀름을 거닐다

10위 인도네시아=평화로운 해변에서 요가하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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