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가 한창이다. 무논에 심어놓은 벼 포기도 하루가 다르게 키를 훌쩍 뽑고 있다. 가장 왕성한 성장의 계절 여름이다. 그런가 하면 사람에게는 무던히도 애를 타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기온이 높은데다 습도마저 90%를 웃돈다. 불쾌지수가 인내 범위를 벗어나서인지, 아니면 사상 유례없는 불경기 탓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로, 사드는 성주로 민심은 이리저리 쏠려 다니느라 어지러울 지경이다. 누구 한 명 나서서 방향타를 잡아주는 리더가 없다. 그토록 요란스럽던 신공항도 대통령의 K2와 민간공항의 대구 인근 이전 방침에 조용해진 것 같다. 지방을 외치려면 진정으로 지방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시민과 정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치적 수사로 시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내 주장만 강했지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은 참 낮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번번이 낭패를 당하곤 했다. 대구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준비가 덜 되어 옳은 것을 받지 못하고, 원망만 하고 말았다. 제일모직이나, 코오롱 등 대구소재 굴지의 기업을 다 떠나보내야 했고, 삼성상용차도 부산으로, 위천국가산단도 무산되고 말았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치밀한 과학적 셈법 없이 다가선 결과의 방증이다.
지금은 어떤가? 신공항, 사드, K2와 민간공항 이전 등 국가적인 대단위 사업을 두고, 이 더운 날씨에 애꿎은 시민만 발을 동동 굴리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일제강점기 그 암울했던 시기에 이육사는 '광야'라는 시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며 목 놓아 불렀다.
지금 대구를 보면 '광야'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의 타이틀을 수십 년째 쥐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청년이 머무를 수 없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한 집 건너 문을 닫는 영세 상인의 한숨이 담을 넘고 있다.
기회를 자기 입신양명의 기회로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는 득실해도 비전을 걸고 자기희생과 책임의식을 갖춘 지도자를 만나기는 어렵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는 말로만 실적을 자랑하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어려울 때는 재빠르게 빠지고, '미녀도' 한 장이라도 걸리면 자신이 붓을 대었노라고 야단법석을 떠는 게 작금의 풍속도이다.
최근의 영남권 신공항만 봐도 어기가 막힌다. 어떻게 국가사업을 내 위주로만 결정지을 수가 있을까? 적어도 리더라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고, 비장의 차선책을 꽁꽁 뭉쳐서 심장에 묻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결과가 발표되어도 분노만 했지 상응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만한 리더가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난다. '밀양' 신공항이 안 된 것은 분명 대구의 위기이다. 그러나 준비를 해두었더라면 큰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대구가 안고 있는 문제가 신공항만이 아니다. 대구 근교의 민간공항과 K2 이전, 그 이전터 활용, 연구소만 들어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에 굴지의 기업을 유치하는 일, 국가산단에 대기업을 유치하여 산업의 후방효과를 높이는 일 등 시쳇말로 "샜고 샜다".
한시바삐 새 길을 떠날 행장을 다시 꾸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범시민대구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큰 전략을 새로 짜는 획기적인 전기의 마련이 절실하다. 대구는 현재 경제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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