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성징 너무 일찍 나타나는 `성조숙증`

2차 성징 너무 일찍 나타나는 '성조숙증'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호르몬 지나치게 많아지면 신체 변화

성호르몬 억제제 투여 효과적 연령 따라 치료 기간 달라져

사춘기는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격변의 터널이다. 아이는 사춘기를 거치며 성(性)적으로 성숙하며 정신적, 사회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다. 문제는 사춘기의 징후가 너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이다. 성조숙증은 여자 아이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고, 남자아이는 만 9세 전에 2차 성징과 관련된 신체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성조숙증은 처음에는 또래보다 앞서 키가 크지만, 성장판이 빨리 닫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는 키가 150~160㎝에 머물게 된다. 또 성적으로 너무 빨리 성숙하기 때문에 심리나 행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만, 환경호르몬 등 복합 작용

성조숙증의 원인은 뇌종양이나 난소종양,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꼽힌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별한 원인을 찾기 힘든 '특발성 성조숙증'이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특발성 성조숙증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1년 4만6천250명에서 지난해 7만5천945명으로 1.6배 증가했다.

이는 환경호르몬 노출과 비만, 스트레스, 환경 및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환경호르몬은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각종 화학제품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은 체내로 흡수된 뒤 호르몬처럼 작용하며 정상적인 내분비계의 기능을 방해하고 교란시킨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이나 장난감과 플라스틱 재료로 쓰이는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A' 계통의 화학물질이 성조숙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만도 사춘기를 비정상적으로 앞당기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방세포에서는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대사를 활발하게 해 체중을 줄이는 렙틴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나 너무 살이 찌면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렙틴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몸의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경우에도 사춘기가 일찍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성호르몬 억제제 부작용 적어

성조숙증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성장이 끝난 후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발육이 빠르고 일찍 사춘기 징후가 나타난다고 모두 성조숙증이 아닌 만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이 의심될 경우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성호르몬 억제제)를 3, 4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치료 기간은 보통 2~5년이 필요하며,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을 때 연령과 골 연령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진다. 여자아이는 만 9세 전, 남자아이는 만 10세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분류된다. 치료 중 감기약 등 다른 약을 복용하거나 예방접종을 해도 된다. 치료가 끝난 후에는 정상적으로 성호르몬이 분비되며 자궁 발달이나 임신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김진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조숙증 예방을 위해 고기나 콩 등 특정식품을 지나치게 피하면 오히려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섭취를 방해할 수 있다"면서 "지방 함량이 높은 고열량 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 등을 줄이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적절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진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