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만족시킬 만한 새 총리는

새누리당, 이인제·박세일·전재희… 민주당, 김종인·손학규엔 부정적… 국민의당, 손학규 환영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인준 철회를 시사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도 국무총리 제청권과 내치 권한을 총리에게 넘겨주는 국회의 구상에 동의하는 만큼 여야 모두 안정적으로 국정 위기를 수습할 새 총리 찾기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념적으로 진보 노선에 치우친 인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여당에서 청와대에 '김병준 카드'를 먼저 제안했던 것도 그가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 이념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김대중,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들 중 총리 후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김 내정자처럼 정치색이 옅은 인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야당은 국정 운영 능력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를 엄정하게 처리할 인사를 우선 순위에 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야당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김 내정자와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인물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민주당은 '김종인'손학규 총리'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친노무현계와 친문재인계가 주류인 민주당이 야권의 대표적인 비문재인계 인사인 손 전 대표를 총리로 적극 추천할 이유가 없다. 또 두 사람 모두 "문재인은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적이 있어 이들이 내년 대선을 관리할 내각을 이끌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민주당 내 친문재인계 일부에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를 총리 후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총리 후보군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국민의당은 정계 복귀를 선언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손 전 대표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왔다.

총리 후보군에 꾸준히 올라온 손 전 대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대구경북 언론 간담회에서 손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했으면 받았을 것이냐"는 질문에 "나한테는 해당 안 돼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합의한 거국중립내각의 총리 후보로 자신을 택한다면 답변이 바뀔 수도 있다.

총리 출신으로는 고건'이홍구'김황식'한덕수'이해찬'정운찬 전 총리 등의 이름이 나온다. 이헌재'진념'강봉균 전 경제부총리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상황을 감안해 경제부총리 출신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권은 노동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인제 전 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안정적 국정 운영 능력이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

새 총리 후보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야의 신경전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8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회동을 열었지만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는 물론 새 총리 후보를 위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