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생활 경험 농축
대형 유리상자 안 조형 설치
봉산문화회관 기획 '2016년 유리상자-아트스타'의 다섯 번째 전시는 유리조형을 전공한 이규홍 작가의 설치작업 '자연의 침묵'(Silence in Nature)이다.
이번 전시는 인식의 흐름을 시각화하려는 미술 설계의 어느 부분을 유리상자 공간에 담아내려는 작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다. 6×6×5.5m 크기의 유리상자 내부 천장에 매달거나 바닥에 펴놓은 77개의 투명하고 붉은 덩어리는 작가가 취입(吹入: 입으로 공기를 불어 넣음)해 만든 유리조형이다.
쇠로 된 파이프 끝에 뜨겁게 녹인 유리 덩어리를 묻혀 숨을 불어넣어 부풀리는 유리 취입 행위는 오래된 유리 가공법이다. 이는 작가의 호흡과 신체행위가 작업과정에 일체돼 결합하는 장인의 태도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는 또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탄생의 숨을 불어넣는 고귀함, 인간적인 손맛이 느껴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감성을 담은 이 작가의 유리조형 행위는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거의 기억을 잇는 정신적인 미술 행위이다.
이 작가의 작업은 현실에서 경험했던 불안과 소외의 시간을 잊고 전혀 다른 기억으로 재생하고 재인식하려는 몰입장치이다.
이에 자신의 감수성과 직관, 반복과 지속을 더해 붉은색의 투명한 유리 덩어리를 포개고 나열하는 '자연의 침묵'이라는 입체 작품이 태어난다.
이 작가가 일곱 살이던 때, 전남 진도의 할머니 댁에서 보냈던 3년 동안의 시골생활은 이번 전시를 위한 기억으로 호출되어 재생된다. 넓은 마당이 있는 한옥, 그 마당 한편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있고, 가을 햇살을 한껏 머금고 떨어질 듯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홍시, 고추 말리던 멍석을 뛰어넘어 다니며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던 기억은 자연이 작가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이며, 행복과 충만의 시간이었다. 홍시를 닮은 유리상자 안의 유리조형물은 과거 기억의 호출이다.
정종구 큐레이터는 "작품 '자연의 침묵'은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비롯한 세계의 충만을 창조하는 그리기이며, 그 기억을 따라 지속적으로 진선미를 구하는 미술가의 심리적 환상이고, 인간 삶의 머뭇거림에 관한 정서적 치유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12월 25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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