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대통령과 국민 사이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2017년 대통령 선거의 해가 어김없이 밝았다. 별일이 없었더라면 12월 20일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탄핵 사태로 확 앞당겨지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언제 나느냐에 따라 벚꽃 대선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장마 대선이나 폭염 대선이 될 수도 있다. 하여튼 동토 대선은 아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최순실이라는 '그렇고 그런' 강남 아줌마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강력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지도자 뽑기에 관한 것이다. 결론은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는 거다. 지도자가 흔들리면 나라는 또 얼마나 크게 흔들리는지를 경험한 국민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례를 되짚어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게 됐다.

먼저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는 가까워야 한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처럼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당선 전에는 한 컷이라도 더, 한 줄이라도 더 노출시키고 싶어 기를 쓰지 않았는가? 대통령에게 사생활이 어디 있는가? 임기 동안 사생활을 보호하고 갖겠다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려 해서는 안 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만 아니면 일거수일투족이 다 공개되어야 한다.

비서도 장관도 대통령 만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기자들에게도 대통령은 더 노출되어야 한다. 설전을 벌여도 좋다. 오히려 신선하다. 국민들은 기자를 만나지 않는 대통령보다 그런 대통령에게 더 신뢰를 보낼지도 모른다. 특히 대통령이 성형수술을 받고 태반주사를 맞는 게 무슨 흉인가? 흉이라는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성형외과 출입에 남녀노소 장벽이 없어진 세상에 그게 흉일 수 없다. 숨기거나 공개하지 않는 것이 흉일 뿐이다. 그러나 청와대 밖에 있을 때보다 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구중궁궐이라는데 열린 자세가 아니면 국민들과의 거리는 멀어진다. 단절과 고립밖에 없다. 지금이 그렇다.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에는 사랑과 존경이 자리해야 한다. 그 반대로 대통령이 국민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금상첨화다. 이상적이다. 또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긍정의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 희망의 전도사여야 한다. 우리도 잘 웃고 국민들을 잘 웃길 줄 아는 대통령 한번 만나보고 싶다. 취임할 때야 당연히 웃겠지만 퇴임하면서도 웃으며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국민들을 향해 툭 터놓고 고통과 아픔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설득하고 반대를 돌파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럴듯한 청사진만 이야기하고 장밋빛만 그리는 지도자는 거짓말꾼일 뿐이다.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도 처음부터 허구였다.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안다.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했어야 했다. 안팎 여건이 어려운 만큼 구호만 요란한 지도자 경계령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 100% 대한민국이라 했지만 과연 그런가?

지금 박 대통령은 연민의 대상이다. 아니면 증오의 대상이다.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분들은 요즘 "아이고 안 됐다. 불쌍하다"라는 박 대통령 정치 입문 때 했던 말을 다시 한다. "대통령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잘못한 거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안 됐다"는 거다.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에 있어야 할 사랑과 존경과는 다른 의미다. 이런 것들로만 국정의 동력을 삼을 수는 없다. 결과는 박근혜정부의 현주소다. 반면 반대파들은 연민 대신 증오로 가득 차 있다. 저주에 가까운 수준일 때도 있다. 정상이 아니다. 이 또한 다음 정부의 동력이 될 수 없다.

헌법 조항에도 들어 있듯이 모든 권력의 원천이라는 국민들의 안녕과 안전을 금과옥조로 삼고, 호흡을 함께하며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는 대통령. 국민들과의 거리를 부단히 좁히려는 대통령이면 괜찮을 것 같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국을 향해 반박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경심 기소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
LG에너지솔루션의 포드와의 대형 전기차 배터리 계약 해지가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
방송인 유재석은 조세호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하차한 사실을 알리며 아쉬움을 표했으며, 조세호는 조직폭력배와의 친분 의혹으로 두 프로그램...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