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와서 보니까 다 이걸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지. 내가 선택하고 말고 할 게 아니었어요. 다시 태어나면 이거 안 하지. 평범하게 살고 싶어. 그래도 이거 보러 사람들이 오면 반갑고 좋아요. 안동시내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많이 알아봐요. 행동 바르게 해야 돼."
경북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 가면 우복인 할머니가 있다. 1932년생, 우리 나이로 86세다. 할머니는 2006년, 75세에 안동포 짜기로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됐다. 금소리에서만 네 번째였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으로는 유일하다. 시어머니가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1호(1975년) 배분령(2005년 작고) 할머니였다.
우 할머니는 19세에 시집 와 22세부터 베틀에 앉았다고 했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19년간 안동시내에서 산 것을 빼도 45년 베를 짰다. 자신은 최고가 아니라고 했다. 할머니는 "금소리는 질 좋은 대마가 잘 자라는 곳이다. 마을에 안동포 기술자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휴식기라면서도 삼베 실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실을 가늘게 하는 작업이었다. 텔레비전을 보며 낮에도 하고, 밤에도 한다고 했다. 일이라기보다 생활처럼 보였다.
일주일에 한 번 안동시내에 있는 병원에 간다고 했다. 평생을 짠 삼베 때문에 생긴 직업병인가 물으니 "나이 들면 가는 거"라 했다. 불쑥 "안동시내 목욕탕 들어가서 무릎이 검으면 이 동네 사람"이라는 답을 던졌다. '멍'이라 했다. 허벅지 하단, 무릎과 연결되는 부위에 실을 문지르다 보니 생겼다 했다. 씨실과 날실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외려 평생 하다 보니 좋은 점이 있다 했다. 치매가 없다는 거다.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침을 바르는 작업을 반복한다. 직접 해보면 안다. 한 올씩 빼낼 때마다 길이 계산, 두께 계산을 해야 한다"고 마을 주민 김점선 씨가 돕는다.
허기도 빨리 찾아온다. 아침 식사를 7시 30분쯤 해도 10시가 되면 배가 고프다. 장수의 비결, 소식(小食)이 무색하다. 명품이라고, 기술이 좋다고 부(富)로 연결되진 않는다. 1년 동안 많이 짜야 2필(1필=35㎝×22m) 정도다. 수의 4벌 정도 만들 수 있다. 수의 1벌에 100만원이면 잘 받은 가격이라 했다. 대량으로 팔리지도 않는다. 세탁이 힘든 탓이다.
안동포는 잘 썩지 않아 장례에 주로 쓰인다. 그래서 기술 있는 할머니들은 저승에 갈 때 입을 옷을 제 손으로 만들어 둔다. 만들 때 기분은 말하나마나다. 미리 유언장을 쓰는 기분이다. 우 할머니도 20년 전에 만들어 아들한테 맡겨뒀다.
안동포를 짜며 얻은 지혜가 있냐 물었다.
"재미있게 살도록 배워라. 남에게 피해주지 마라"고 했다. 22m에 이르는 안동포를 절대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기에, 품앗이 일손이 체화됐기에 전할 수 있는 당부로 다가왔다. '라이벌이 있느냐'는 물음은 얼른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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