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좀 말려야 해. 우리가 소리칠 수 없잖아."
10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중간 한 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바로 앞에 두고 25분가량 비판하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의원이 한 친박계 의원에게 다가가 "서 의원을 좀 말리라"고 했으나 그는 "하고 싶은 말 다하게 놔둬야 한다"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의총에서 새누리당이 또 쪼개졌다. 핵심 친박 인사들의 탈당을 요구해온 인 비대위원장이 이날 "개인에게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며 서 의원에게 에둘러 사과를 표했으나 서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을 '목사님'이라고 부르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갔다.
인 비대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인적 쇄신과 관련) 개인 이름을 거론해 본 적 없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에게 상처를 줬다. 저의 인간적인 부족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 비대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이 싸움을 끝내고, 당내 분란을 빨리 극복하자"고 당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공개 발언을 신청했고,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단상 바로 앞에는 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김문수 비대위원,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앉아 있었다. 서 의원은 "목사님이 할복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언제쯤 할복하면 되겠나"고 물었고, "저에게 썩은 종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하실 말씀이 아니다"며 인 비대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 의원은 25분 가까이 발언을 이어가면서 인 비대위원장을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이는 인 비대위원장을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사퇴를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동료 의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거나 고개를 푹 숙인 의원들이 더러 보였고,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의원들도 있었다. 또 다른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 밖에 나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친박계 의원들 역시 서 의원의 자진 탈당을 주장하는 등 당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다.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모시는데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신 분이다. 개인적으로 불명예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단을 내 당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며 서 의원의 자진 탈당에 힘을 실었다.
의원들의 마음이 이미 서 의원에게서 많이 멀어져 있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