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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김영란법, 엇갈린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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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음식점'주점의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고, 11월엔 감소폭이 3.3%로 커졌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3.5%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서민형 일자리도 줄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음식점'주점 근로자는 93만879명으로 2015년 10월보다 3.1% 감소했다.

지난해 9~12월 화훼 도매 거래량은 2015년 같은 기간보다 13%(통계청 조사)나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로는 지난해 10월 화훼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11월보다 1.6포인트 떨어졌고,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과 같다.

얼마 전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아 이런 기사들이 쏟아졌다.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규제' 때문에 음식점'주점 매출이 줄고, 꽃이나 난(蘭) 선물을 주고받지 않아 화훼 거래량이 뚝 떨어졌으며, 대형마트'백화점마다 값싼 수입 농산물로 명절 선물세트를 꾸린다는 내용이다.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짓고, 판로를 찾지 못한 농민들은 누구를 원망할지조차 몰라 답답해하며, 서민형'생계형 일자리마저 잃어버린 이들은 자칫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때맞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영세 상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농'수'축산물은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요지부동이던 국민권익위원회마저 반응을 보였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3'5'10 규정 가액 한도 규정이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관계 부처와 협업해 법 시행 이후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변화되는 상황에 공동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은 전혀 다른 반응이다. '김영란법 같은 법이 없어 최순실 때문에 나라가 지금 이 꼬라지인데! 겨우 만든 법을 걸레로 만들기로 작정했네' '당장은 아파도 장기적으로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 김영란법은 필수불가결하다' '자기들 먹고살겠다고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허용하자는 게 이른바 민생이냐?' '공무원'기자'검찰'경찰에게 눈먼 돈을 줘야 경제가 돈다고?' 등등.

'불신, 분노, 체념' 등이 뒤섞인 이런 반응은 왜 나오는 것일까? '청탁금지법이 소비절벽을 가져왔고, 결국 서민경제가 흔들린다'는 얼핏 그럴싸해 보이는 분석에 대해 왜 화를 낼까?

젊은이들은, 서민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지쳐버렸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일해봐야 최저생계비 벌기도 빠듯한 이들에게 '3만원짜리 식사가 너무 싸서, 5만원짜리 선물은 초라해서 경제가 어렵다'는 논리적(?) 분석이 과연 먹히겠는가. 그야말로 '웃기고 자빠졌네'다.

지난해 11월 기준 공과금 납부를 제외한 순수 법인카드 승인액이 9조9천4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전체 카드 승인액은 60조3천억원으로, 역시 11% '증가'했다. 청탁금지법 탓에 카드(특히 법인카드) 사용액이 감소할 줄 알았더니 결과는 달랐다. 바꿔 말해서 청탁금지법과 경제지표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3'5'10 규정'을 완화하면 내수가 회복되는지에 대한 확실한 예측 근거도 없다는 뜻이다. '3'5'10 규정'을 2배로 바꿔도 내수가 안 살아나면 그다음엔 4배로 바꿀 것인가? 대기업 사내 유보금이 750조원에 이른다. 논리의 비약일 수 있겠지만 어느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갈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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