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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을 텐데…한 명 빠짐없이 찾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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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호 실종 선원 가족 밤새 뜬눈…희망 품고 구조작업 지켜봐

11일 오후 8시, 209주영호 선주 측이 마련한 포항 남구 구룡포읍 경북선원노동조합 건물 2층 60㎡ 남짓 공간에서 실종 선원 4명의 가족 30여 명은 기름 난로 2개에 의지해 몸을 녹이고 있었다. 전날 주영호 전복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서는 한숨도 쉬지 못한 초췌한 모습이었다.

가족의 생사도 알 수 없지만 슬피 우는 이들은 없었다. '유족'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누군가 '유족'이라고 말하면 눈빛으로 주의를 주곤 했다. 공기는 탁했고 무거웠다.

"지금이라도 주영호에 가면 형이 살아있을 것 같습니다." 한 40대 남성은 해경 수색이 더디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가 이내 곧 마음을 추스르고는 "아직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기에 해경의 구조작업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아무도 울지 않는 것은 다들 참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경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리는 등 기상여건이 나빠진 10일 밤부터 수중수색을 중단한 상태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스마트폰을 붙들고 분초마다 인터넷에 뜨는 기사를 확인했다. 해경은 이날 오전 9시와 낮 12시 두 차례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구조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가족들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60대 남성은 "해경은 구조작업이 어렵다는 얘기와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만 할 뿐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말해주지 않는다"며 "인터넷에 보험금 관련 얘기가 나오던데, 우리도 모르는 말들이 어떻게 먼저 나돌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의 바람은 단 하나. 실종자를 한 명도 빠짐없이 찾아달라는 것이다. 한 40대 남성은 "기상여건이 나쁜 것도 알겠고, 구조대원들이 목숨 걸고 수색한다는 것도 잘 안다. 아무쪼록 실종자들을 모두 찾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한편, 12일 오전 10시쯤 주영호 선장 박모(58) 씨는 한쪽 팔을 깁스한 상태로 실종자 가족이 있는 조합 건물을 찾아 "미안합니다"라며 연신 사고 책임에 대해 사과하고, 당시 상황을 20분 정도 설명했다.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어떻게 선장 당신 혼자 살아왔느냐"며 고성을 질렀지만, 큰 소동은 없었다.

주영호는 12일 오후 4시 현재 사고지점(호미곶면 동방 22마일)에서 남동쪽으로 30마일(48.2㎞)까지 표류했다. 해경 경비함정 2척이 뒤따르고 있고, 어선이 가라앉지 않게 할 부력부이 16개도 동원됐다. 해경은 파도가 잠잠해지는 대로 특공대와 민간잠수사를 투입, 부이 설치와 수중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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