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어른의 길

지난주에는 아랫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급자인 '꼰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세상에는 꼰대들이 두드러지게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는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서 존경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나이가 많고 아랫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 '어른'이다.

'어른'이라는 말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여러 설이 있는 '꼰대'와 달리 어원이 분명하다. 신라 향가 '서동요'에 보면 " ᄂᆞᆷ 그ᅀᅳ지 얼어 두고"(남몰래 ○○해 두고)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얼다'는 '결혼하다, 성관계를 하다'의 의미를 가진 옛말이다. '어른'이라는 말은 바로 이 '얼다'에서 온 '얼운'이 변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어른이 되는 방법은 일정한 나이에 이른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얻게 되는 어른이라는 말과 달리 앞에서 말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어른이 되는 길은 쉬운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어른이 생물학적인 어른과 다른 점은 '경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륜은 오랜 경험들을 통해서 얻은 지혜로 경륜이 있는 사람에게 존경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경륜은 경험에서 얻는 것이지만 경험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꼰대로 불리는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말끝마다 "옛날에는 말이야…"라고 하며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켜 남들에게 강요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경우란 있을 수 없고, 항상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시하여 과거가 맞고 현재는 틀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굳어져서 세상이 변했다는 것이나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초(楚)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칼을 물속에 빠뜨리자 나중에 찾기 위해 뱃전에 칼자국을 내었다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이야기가 있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배가 흘러왔기 때문에 과거의 표시에 집착해서는 안 되듯이, 변하는 세상에 맞게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른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판단의 기준을 과거에 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전제가 있을 때 어른들에게 과거의 경험은 세상을 폭넓게 보고, 현재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나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러고 보면 경륜은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얻은 포용력과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꼰대가 많은 사회는 항상 세대 간의 갈등이 크고 위기에 분열되지만, 위기에 강한 어른들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 주는 사회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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