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4>한국 가발 명장 1호 최원희

한올 한올 심어 만든 맞춤형 가발…목욕·수영해도 안 벗겨져

대한민국 가발 명장 제1호 최원희 명장이 손님의 머리를 살펴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한민국 가발 명장 제1호 최원희 명장이 손님의 머리를 살펴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머리카락이 빠져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발'은 최후의 선택이자 마지막 희망이다. 그래서 가발만큼은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자연스러우면서 원하는 스타일을 낼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가진 곳에서 맞추길 원한다. 2002년 대한민국 가발 명장 제1호로 선정된 최원희(62) 명장은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만도 35개를 획득했을 정도로 가발에 관한 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최 명장이 운영하는 최원프리모(대구 달서구 성당로)는 최 명장의 도움을 바라는 탈모자들로 항상 만원이다.

◆대머리를 밑천 삼아 가발 연구…대한민국 명장으로

경북 성주 가천이 고향인 최 명장은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를 중퇴했다. 군대 갈 나이가 됐을 때 막내삼촌이 "기술을 배워 입대하면 편하게 보낼 수 있다. 이발병이 괜찮은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이발을 배웠다. "군사령관 전속 이발병으로 근무했는데, 다른 장군들까지 머리 손질을 해주며 선물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전역 후 대구에서 이발소를 차린 최 명장이 처음 가발 제작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신이 탈모인이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대머리가 됐다. '빛나리'라는 친구들의 농담에 상처를 받아 가발을 생각했다"고 했다.

가발을 착용하자 여간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았다. "처음 가발을 썼을 때 감정은 참으로 묘했다. 머리 위에 뭔가를 얹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시도 너무 많이 났고, 본래 머리카락과 가발 머리카락이 맞지 않았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가발이 벗겨질까 봐 늘 불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가발을 만들어 써보기로 했다. 구입한 가발을 뜯어서 자신의 머리에 맞게 만들어 썼는데 괜찮았다. 한번은 손님이 찾아와 "맞선을 70번이나 봤는데 안 됐다"며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가발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손님은 최 명장이 만들어준 가발을 쓰고 맞선을 봐 여자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집에 돌아와 머리를 감자 옛날로 되돌아갔다며 다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최 명장은 "그때 머리를 감아도 살아 있는 가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최 명장은 아무도 모르게 쓰던 가발의 불편한 부분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연구했다. 더 자연스럽고, 착용이 간편하며, 내가 원하는 헤어스타일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다. 일본, 독일 프랑스까지 날아가 가발 기술을 습득했다.

그리고 대머리를 밑천 삼아 가발에 정성을 쏟은 지 20여 년 만에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최 명장은 "가발은 무엇보다 본인의 얼굴형과 두상에 맞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명장은 "손님이 자신이 만든 가발을 착용하고 만족해하며 돌아가면서 연신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기술력 덕에 최 명장의 가발은 우리나라 유명 연예인은 물론 외국인 고객에게도 알려졌다. 탤런트 양택조와 윤승원은 단골이고, 영화배우 차승원도 배역을 맡으면 가발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온단다. 일본 배우 료세이, 일본 가수 나카야마도 맞춤 가발에 '만족한다'며 감사 편지를 보내올 정도다.

군 이발병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이에게 주는 명장까지 20여 년이 족히 걸렸다. 최 명장은 "이 모든 것이 대머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대머리였기에 가발을 만들었고, 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스타일을 가장 자연스럽게

최 명장의 가발은 '명장의 손길로 한 올 한 올 심어 만든 명품 가발'로 알려져 있다. 일대일 개인 맞춤형 가발로 고객의 요구와 기호에 맞게 제작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본인만을 위한 가발이다. 따라서 꼼꼼하고 면밀히 탈모자를 분석하고 상담을 통해 가발을 어떻게 제작할 것인가 고민한다. 고객의 두상, 피부의 색깔, 기존 모발의 굵기, 모발의 양, 색상, 머릿결의 방향, 흰머리 비율, 가마의 위치 등 고객의 머리와 머리카락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하고 상담한 후 제작에 들어간다. 물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연령, 고객의 기호, 관리 방법 등을 고려한다. 고객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두피 색깔과 동일한 이마라인을 만들고 최고급 극세사 망에 한 올 한 올씩 100% 자연인모를 심어 가발을 제작한다.

모든 공정을 탈모자에게 맞도록 수작업으로 하고 있어 고객들의 선택 폭이 훨씬 넓어져 만족도도 높단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두피에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 흰머리가 많은 경우에는 나이와 얼굴형 피부색을 고려해 각기 특성에 맞추어 만든다"고 말했다.

최 명장의 가발은 잡아당겨도 벗어지지 않고 가발을 착용하고 일상생활은 물론 목욕, 수영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 면에서도 실제 모발과 큰 차이가 없도록 제작하고 있다.

최 명장의 발명특허 '인성작용 형상기억 가발'은 자신의 얼굴형에 맞는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도록 가발을 제작하는 기법으로 본래의 머리카락은 그대로 살리면서 헤어스타일을 다르게 바꾸고 싶을 때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한 사람마다 얼굴형이 다르고, 머리카락이 자라는 각도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가발 식모 방법도 여러 가지를 혼합해 만든다.

최 명장이 중요시하는 것은 첫째 티 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이마선 부분, 가르마와 정수리 부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가발을 썼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도록 가볍고 착용감이 편하게 제작한다. 넷째는 착용 방법 역시 간편하게 한다.

최 명장은 "100% 자연모로 운동, 샤워, 드라이가 가능하다. 탈모로 인해 고충을 겪는 이들에게 머리뿐만 아니라 자신감마저 심어줄 수 있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며 "완벽한 가발을 만드는 것이 제 평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토털패션으로 도약

최원희 명장은 특허를 포함해 디자인 및 실용신안을 35개나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모를 완화하는 샴푸와 토닉을 개발해 판매에 나서는 등 명품 가발 제작뿐 아니라 탈모에 관한 토털 패션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 명장은 "탈모로 인한 가발뿐 아니라 최근에는 패션 트렌드로도 가발이 큰 역할을 한다"며 "요즘 여자들은 흰머리 커버, 스타일, 쉽게 할 수 있는 패션용 가발 등 대여섯 개 정도의 가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서울에 강남점을 개설하고, 미국으로 여성용 가발을 수출하는 등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아들 최이명(34) 씨가 아버지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최 명장은 "30여 년 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일했다"면서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가발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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