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년간 피운 담배 나부터 끊으니, 아들·사위도 따라 끊더라"

금연에 성공한 김두석 씨 가족

김두석 씨는 고가 브랜드 시계 대신 위너스 시계(금연 성공 시 증정
김두석 씨는 고가 브랜드 시계 대신 위너스 시계(금연 성공 시 증정'오른쪽)를 차고 다닌다.

내가 아닌 자식 위해서 결심

금연 캠프서 금단 증세 극복

"성공 후 체중 조절 쉽지 않아

가족들 지속적 관심 가져야"

많은 흡연자는 새해가 되면 금연을 결심한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새해 결심'을 검색해 보니 금연 관련 기사와 블로그 글들이 쏟아졌다.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담뱃값도 올랐지만 전체 흡연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흡연율은 전년 대비 4% 이상 올랐다. 65세 이상 흡연자는 담뱃값이 올랐음에도 3%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0년간 담배를 피워 온 김두석(76) 씨는 지난해 금연을 시작했다. 뒤늦은 결심에 가족이나 지인들이 의아해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아닌 '자식'을 위해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김 씨는 가족 앞에서 당당히 금연에 성공했고 아들과 사위도 아버지를 따라 금연을 시작했다. 김 씨는 나이 많은 어른이니까 무조건 자식에게 훈계하는 '꼰대 스타일'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른이 먼저 실천하면 자식들은 자연스레 보고 배울 거라 믿고 먼저 금연을 시작했다.

◆"자식 위해서 담배를 끊었습니다."

김두석 씨는 지난해 4월 이번만큼은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50여 년간 피워 온 담배를 끊는 일, 여태까지 숱하게 금연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부성애가 발동한 것이다. 바로 나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서 금연을 시작했다. "자식들한테 잔소리할 필요가 없어요. 나부터 실천하면 보고 배운다니까요."

김 씨는 예전에도 몇 번이나 담배를 끊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금단 현상이었다. 김 씨는 "식사를 못 할 정도로 손이 떨리고 몸에 힘이 빠지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였다"고 했다. 김 씨의 아내는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담배를 다시 피우라고 하기도 했다. 아내 하숙희(70) 씨는 "일흔 넘어 담배를 끊는다고 얼마나 더 살겠어요? 담배 중독이 무서운 게 끊을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하니까 괴로워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그냥 피우시라고 했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아들과 사위가 담배 때문에 다른 식구들에게 핀잔을 듣는 걸 보고는 내 책임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먼저 모범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씨는 금연할 방법을 수소문하던 중 금연 캠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신청했다. 금연 캠프에서의 가장 큰 소득은 금단 증세를 약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석 달간 꾸준히 금연 약을 복용한 결과 손떨림이나 무기력증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금단 현상이 사라지고 6개월 후에는 금연 판정도 받았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금연을!"

아버지가 금연에 성공하자 자연스레 자식들 차례가 왔다.

서울에 사는 김 씨의 아들과 사위 박건호(45) 씨는 아버지에 이어 금연 캠프에 입소했다. 사위 박 씨는 10년 전 금연하는 조건으로 아내와 장인으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았지만 금방 담배에 손을 댔다. "20년 넘게 피워온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장인 어르신이 솔선수범하시니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 금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씨의 아들은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담배와 멀어졌다. 23일이 되면 김 씨의 아들과 박 씨는 금연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 금연 판정을 받게 된다. 김 씨는 "아들과 사위가 젊은 나이에 금연할 수 있어 다행이다.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식들 보는 앞에서는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금연 후에도 가족의 관심이 중요"

노인들은 금연에 성공하더라도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담배를 끊고 나면 주전부리를 찾게 되고 나이가 들면 움직임이 적어 살이 찌기 쉽다. 김 씨도 지난해 4월 금연 이후로 체중이 10㎏이나 늘었다. 식단 조절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지만 금연 사후 관리에 대한 지식이 없어 체중 조절이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씨는 "노인들은 신체 변화에 민감해 금연하더라도 금연 후 관리가 중요하다"며 "결국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만 금연으로 되찾은 건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