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인을 의식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구내식당에 커피 우유 차 등을 놓고 마신 사람이 알아서 통에 돈을 넣게 했다. 메뉴판 윗부분에 일주일은 사람 눈 사진을 붙이고 다음 일주일에는 꽃 사진을 붙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꽃 사진을 붙여놨을 때보다 사람 눈 사진을 붙여놨을 때 돈이 2.8배나 더 걷힌 것이다.
자선기금 통 옆에 사람 모양의 로봇을 갖다놓으면 로봇이 없을 때보다 돈이 30% 더 걷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진이나 그림, 인간모형으로 표현된 사람 눈길도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이 같은 현상을 학계에서는 '감시의 눈 효과'라고 부른다.
인간의 뇌에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으며 누군가의 시선에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심리학자들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때 인간은 더욱 선하게 행동하거나 선하게 보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감시의 눈이 현대 사회에는 도처에 널려 있다. CCTV가 그중 하나다. 대한민국에서는 수백만 개의 CCTV가 하늘, 땅, 지하 곳곳을 빠짐없이 들여다본다. 차량용 블랙박스와 스마트폰 카메라도 잠재적 감시의 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수천만 대의 눈(카메라)이 서로서로를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CCTV의 감시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특히 범인 검거와 반사회적 행동 예방에서 CCTV의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그런데 대구 도심의 어느 모텔 밀집지구에는 CCTV가 없다. 치안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경찰서와 관할구청이 CCTV 설치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CCTV가 설치되는 순간 장사는 끝"이라며 모텔 업주들이 워낙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CCTV는 이제 성매매 근절에도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중구 도원동 집창촌인 속칭 '자갈마당' 정비를 위해 'CCTV 설치' 카드를 빼들었다. 집창촌 출입구 5곳에 CCTV를 설치하고 '적발 시 처벌한다'는 문구가 담긴 LED 경고판을 내걸기로 했다. 자갈마당 100년사에서 가장 강력한 단속책이다. CCTV 설치 이후 자갈마당을 드나들 무모한 용자(勇者)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집창촌 폐쇄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다. 성매매가 더 은밀해지고 주택가로 파고드는 '풍선 효과'를 막고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위해서는 당국의 세심하고 각별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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