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재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SK그룹, 롯데그룹 등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검팀은 16일 이 부회장에 대해 430억원대 뇌물공여 및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0억원대의 출연금과 최순실 씨의 독일 법인에 보내기로 한 200억원가량, 또 최 씨 조카 장시호 씨 회사에 건넨 16억여원을 모두 뇌물로 봤다. 특검팀의 수사가 시작된 후 대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매출 300조원인 삼성의 총수가 구속 위기에 몰리면서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갤럭시노트7 발화 및 리콜사태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삼성이 정치권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리더십 공백 사태에 빠질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경영권 계승 및 기업지배구조 계획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파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4만원(2.14%) 내린 183만3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재계는 삼성에 이어 SK그룹, 롯데그룹 등에 대한 수사까지 본격화하면 관련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법부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구속 땐 경제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SK그룹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짐에도 최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특검 수사의 칼날이 최태원 회장에게까지 미치면 이 같은 경영 계획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년간 40조원 투자와 7만 명 신규 채용' 등을 추진하는 롯데그룹에도 여러 현안이 쌓여 있는 상태다.
특검팀은 수사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이미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러 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각각 111억원, 45억원을 출연했다. 당시 SK는 최태원 회장 사면,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라는 현안이 맞물려 있었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SK와 롯데에 현안 해결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 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 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매우 걱정스럽다.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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