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SK·롯데 '오너 리스크' 오나

특검 이재용 영장 청구 이어 최태원 신동빈 회장 정조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국내 재벌 그룹의 '오너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오너리스크는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뜻한다. 삼성그룹과 함께 특검의 정조준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과 SK그룹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구속 위기에 몰리자 국내 주식시장은 오너리스크를 그대로 반영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급락했다. 중장기적으로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룹 내 주력인 삼성전자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14% 하락한 183만3천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언급됐던 13일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3.45%나 하락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전자는 해외 사업에서도 타격을 받게 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물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16일 현재 지난해 10월 25일(16만9천원)보다 약 25% 하락했다. 오너리스크가 불거져 반등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그동안 삼성물산의 주가는 실적이 아닌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움직였다.

롯데그룹과 SK그룹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여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너리스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질적 불안 요인이 된 지 오래다.

롯데그룹은 그룹 총수에 대한 수사 무마,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한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경북 성주의 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특검수사가 불거질 경우 겨우 불씨를 살린 국내 면세점 시장 공략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힘들어질 수 있다. 롯데그룹은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검찰 수사로 7개 계열사의 주가가 4개월 만에 약 1조5천억원이나 허공으로 날아간 적도 있다.

SK그룹 역시 오너리스크로 최근 11조원에 달하는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SK텔레콤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3조원), SK하이닉스(3조2천억원) 등의 통 큰 투자 계획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 한진그룹은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에도 불구,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도 모두 오너리스크를 경험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부실한 경영 능력으로 그룹 승계 역량을 의심받아 온 2'3세 경영인들이 잇따른 구설로 기업에 민폐까지 끼치고 있다"며 "국내 재벌의 지배구조를 조속히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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