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재단에 첫 사후 보험금…1억 약정 최상인 씨

"돈보다는 나눔 정신 이게 최고 유산이죠"

30년 넘게 복지기관을 후원해온 세운물산 최상인 대표는 최근 사후 보험금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30년 넘게 복지기관을 후원해온 세운물산 최상인 대표는 최근 사후 보험금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자신의 사망 후 유족이 받게 될 거액의 보험금을 사회복지기관에 기증하기로 한 기부자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최상인(67) 세운물산 대표. 최 대표는 본인이 사망하면 지급될 보험금 1억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본부(이하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어린이재단은 18일 "농기계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최 대표가 사후 보험금 1억원을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어린이재단 역사상 이런 경우는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후 보험금 기부란 기부자가 사망했을 때 발생하는 보험금 수령인을 모금단체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대구에서는 지난 2013년 사후 보험금 1천만원을 기부키로 한 사례가 있었지만 흔치 않다"며 "사후 보험금은 가족에게 남기는 유산이기에 이를 기부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8일 만난 최 대표는 "지난해 초부터 사후 보험금 기부를 고민했는데 아내와 두 자녀가 흔쾌히 동의해 결심할 수 있었다"며 "부동산 등 자산이 있지만 지금 당장 기부를 하기 힘들거나, 기부는 하고 싶은데 결심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런 기부 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젊은 시절 한센병 환자를 돕는 것으로 기부를 시작해 한국SOS어린이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여러 사회복지기관에 30년 넘게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20세까지 방황하는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그때는 세상이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돌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당시의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오랜 기부 생활의 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SOS어린이마을에서 3살 때 인연을 맺은 아이가 40대가 된 지금까지 저를 삼촌이라 부르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저도 아저씨처럼 살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후 보험금 기부가 자녀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권유했다. 그는 "1억원이란 돈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주면 언젠가는 다 소모되고 말겠지만, 기부하면 자녀는 부모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앞으로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더 가치 있는 유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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