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오일장을 취재하기 위해 새벽길을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 한겨울 강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바다 위에서 또는 먼 산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아침 해 등을 접한다. 그럴 때마다 감동의 순간을 포착하려고 달리던 차에서 내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새벽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장터로 달려간다.
경주시 양북면에 서는 양북 오일장은 풍경이 있고 예술이 있는 시골장이다. 대다수 시골 장터가 현대식으로 개량해 옛날 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양북 오일장에는 옛날의 장터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피어나고 삶의 전쟁터인 장터 속에서 순간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고된 세상사를 잊고 잠시 한 숨을 돌릴 수 있는 그림이 있는 낭만의 시골장터다.
양북 오일장은 1942년부터 지역 사람이 모여 희로애락을 맛보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74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시골장터에는 우리의 고유한 맛이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이곳은 새벽부터 사람이 모여 장사를 하다가 오전 중에 파장 분위기로 가는 시골장이다. 살아 있는 장터 문화를 접하면서도 현재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 콩나물 장사를 하는 유상순(75) 씨는 20년간 장터를 지켰다. 바가지로 물을 주는 옛날 방식으로 키운 싱싱한 콩나물을 장날마다 인력거에 싣고 나온다. 옛날 시골에서는 시루에 담은 콩에 물을 주어 콩나물을 키웠다. 유 씨는 집에서 키우는 콩나물시루를 통째로 들고 나온다. 장터를 찾는 사람들은 콩나물을 사지 않더라도 콩나물시루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행복감을 느낀다. 고향의 따뜻한 엄마 생각이 절로 난다.
양북 오일장에 집에서 키우는 콩나물시루를 들고 나와 파는 콩나물 장수는 유 씨뿐이다. 집에서 장터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여서 그다지 힘든 일은 없다고 한다. 콩나물은 일주일 정도를 키우면 장날 들고 나와 팔기에 딱 좋은 상태가 된다. 대부분 2천원짜리 손님들이어서 한주먹 쥐어 주면 된다. 저울에 다는 것보다 더 정확한 양이라고 한다. 보통 장날에 팔리는 콩나물은 플라스틱 시루 한 통이고 명절 때에는 다섯 통 정도를 판다.
양북오일장에는 유 씨처럼 옛날의 정을 살리면서 사는 분들이 많아 소박하고 구수한 맛이 장터 곳곳에 넘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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