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ICBM, 구경하는 한, 요격하겠다는 미·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리 군이 발표했다. 북은 이미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발사 준비 작업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의 발사'를 위협했다. 실제로 한미 정보 당국은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기를 북한이 제작한 정황을 포착해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대응 능력이다. 미국은 이달 초 북한의 신형 ICBM이 포착되자 즉각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를 하와이에서 일본 동쪽 태평양 상으로 이동 배치했다. 탐지 거리가 2천㎞를 넘는 이 레이더는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한 뒤 요격 체계에 통보한다. 이지스 구축함을 동해 쪽으로 전개한 이유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를 갖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도 일본 내 미군기지에 배치했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과 맞물려 여차하면 북한이 쏜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샤리키와 교가미사키 기지에 있는 두 대의 사드 레이더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 감시 탐지한다. 동해 상에는 이지스함을 대기시켰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요격할 수 있는 SM-3 대공미사일을 갖췄지만, 우리나라 이지스함에는 없다. 지상에는 역시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배치했다. 북 미사일에 이중 삼중으로 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통과할 경우 요격하도록 '파괴 조치 명령'을 내려놓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의 대응은 립 서비스 수준이다. 국민들에겐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면밀하게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뿐이다.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 추적, 요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북 미사일을 잡을 국산 요격미사일은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았고, 미국의 PAC-3는 빨라야 내년에나 들어올 예정이다. 사드 레이더는 정국 혼란 속에 배치조차 확실치 않다.

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2015년 360억달러로 일본 410억달러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직 북 탄도미사일을 잡을 무기 하나 갖추지 않았다. 그런 남한을 북한이 안중에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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