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정부 정책 믿고, 애 더 낳겠나

산전 초음파 검사 건보 7회만 적용, 임신부 비용 되레 늘어

임신부 정모(31) 씨는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마다 화가 치민다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산전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진료비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혜택은 최대 7회만 받을 수 있어 추가로 초음파 검사를 받으려면 비급여 진료비를 내야 한다. 여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자 병원 측은 7회 이후부터의 초음파 검사비를 예전보다 2만원이나 올렸다.

정 씨는 "보통 2주에 한 번씩 초음파 검사를 받는 걸 감안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보다 오히려 진료비 부담이 늘어난 셈"이라며,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오히려 병원비 부담만 키우는 꼴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산전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정책이 오히려 임신부들의 진료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7회로 제한한 데다 이를 틈타 병원들이 일제히 초음파 검사비를 올렸기 때문. 임신부들은 "출산 전까지 10회 이상 초음파 검사를 받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많이 가질 것을 바라는 정부가 오히려 역행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임신부의 출산 전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 최대 7회에 한해 병원 종별에 따라 검사비의 10~40%만 본인이 부담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문제는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최대 7회로 제한한 점이다. 더구나 임신부들이 주로 받는 일반 초음파는 5회까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신부들이 출산 전까지 10회 이상 초음파 검사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혜택은 많지 않은 셈이다.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지역 산부인과 병원들은 초음파 검사비를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인상했다. 산전 초음파 검사 수가가 4만9천~6만9천원(병원급 일반 초음파 기준)으로 정해지면서 비급여 진료비가 보험 수가보다 저렴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탓이다. 대구 시내 한 여성병원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를 건강보험 수가보다 싸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검사비를 올렸다"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부분을 감안하면 진료비 부담이 더 크진 않다"고 주장했다.

임신부들은 체감하는 진료비 절감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고 불만이다. 가령 건강보험 적용 전에는 임신 기간 동안 초음파 검사비로 42만원(14회 기준)을 내면 되지만, 건강보험 적용 후에는 52만원으로 부담이 늘었다는 것. 특히 잦은 검사가 필요한 고령 산모의 경우 진료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환자 본인부담률을 20%대로 낮춰 시행 초기보다 부담이 줄었다"면서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임신부에게 불필요한 초음파 검사를 부추기는 행태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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