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의 허위 준공처리 탓에 경북의 저수지와 수로 등 곳곳이 부실 시공돼 안전사고 발생 시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를 낳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최근 발표한 대형국책사업 검증자료에 따르면 경북에선 영천시 화남면 용계저수지, 의성군 비안면 현산저수지, 구미시 옥성면 옥성수로터널 등이 대표적 부실 사례로 꼽혔다. 농어촌공사는 2014~2015년 9천637억원 상당의 공사에 대해 완공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준공처리했다. 이런 서류상 실적을 인정받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사업비 집행률 항목에서 상위 등급을 받았고, 2년간 직원 성과급 254억원을 받기도 했다.
◆영천 용계저수지, 균열 하자보수 100여 곳
부패척결추진단은 용계저수지의 경우 방수로 상단부 측벽 일부가 안쪽으로 4㎝ 기울어져 있고, 중간부에 균열까지 발생해 붕괴 우려가 있다며 원인 조사 및 보완 시공토록 조치했다. 게다가 용계저수지 내 취수탑 연락교의 접속 콘크리트가 파손되고, 신축 이음부에 누수 현상도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 기자가 18일 용계저수지 현장을 확인한 결과 부실공사 정도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저수지 물넘이 부분부터 방수로 아래까지 측벽 곳곳에 수직 균열이 발생했고, 땜질식 보수 흔적도 남아있었다. 측벽 높이는 3~5m 정도인데, 80m 남짓한 구간에 균열 하자보수 부분이 100여 곳에 달했다.
방수로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 저수지 안전을 위해 물을 빼내는 부분이다. 하지만 상단부 측벽이 기운 상태에서 수많은 균열까지 있다 보니 자칫 무너지면 저수지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저수지 밑부분에도 옹벽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저수지 아래에 있는 교량의 서편에는 옹벽을 설치했으나 정작 민가가 있는 동쪽에는 옹벽이 없었다.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민가 쪽으로 덮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천지사 관계자는 "방수로 상단부 측벽에 계측기를 달아 기울기를 재고 있다. 2012년쯤 보수처리한 균열 부분에는 다시 접착제(에폭시)를 주입하고 방수처리하겠다"고 했다.
농어촌공사 영천지사는 사업비 578억원을 들여 2001~2018년 저수지(용량 315만t), 용수로(47.6㎞), 이설도로 3천692m 등을 만드는 '용계지구 농촌용수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시공사는 코오롱글로벌㈜과 ㈜포스코건설이다. 저수지와 이설도로는 2012년 완공됐고, 용수로 공사가 남았다.
◆규격 미달 재료 쓰고, 제방도로도 내려앉아
의성군 현산저수지 제방 배수필터에는 마사토가 쓰였다. 설계상 모래를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부실 공사라는 뜻이다. 제방의 일정 부분에 찰기가 없고 간격이 있는 모래를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물이 빠져나와 제방 속 수압을 낮출 수 있지만 마사토를 쓸 경우엔 아예 막혀버린다. 현산저수지의 배수펌프장 연결부 제방도로도 최대 30㎝ 내려앉아 부실로 밝혀졌다.
현산저수지를 포함한 '현산지구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사업'은 의성군 비안면 현산리'외곡리'산제리'화신리'자락리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비 234억원을 들여 상습 가뭄지역에 양수장 2곳, 저수지 1곳, 용수로 22㎞ 등을 설치해 물 부족을 겪고 있는 234㏊의 농경지에 용수를 확보'공급하는 것이다.
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 관계자는 "제방의 배수필터 규격미달 재료 사용의 경우 깊이 2m 정도를 파내 모래로 다시 시공했다. 제방도로 침하는 2019년 준공 전에 보완하겠다"고 했다.
구미 옥성수로터널은 곳곳에 균열, 누수, 콘크리트 백태(백화현상) 등이 발생해 관리부실 사례로 지적됐다. 콘크리트 내부의 석회화합물이 녹아 표면에 퇴적되는 백태는 철근콘크리트의 내구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당장 구조적인 안전성을 해치지는 않지만 콘크리트를 설계수명까지 사용하려면 보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물이 흐르는 수로 구조물의 백태를 보수하기는 누수와 관련돼 쉽지 않다. 옥성수로터널 공사는 1997~2017년 574억원을 들여 수로, 양수장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올해 4월 준공 예정이다.
농어촌공사 구미김천지사 관계자는 "옥성수로터널의 경우 높이 2m, 길이 1천863m 중 일부 구간에서 균열과 백태가 확인됐다"며 "이달 21~26일 보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농어촌공사, 경영평가 잘 받으려고 허위 준공처리
부패척결추진단은 저수지와 수로 등의 부실시공이 농어촌공사의 '완공 전 허위 준공처리'로 인한 폐해 사례라고 밝혔다. 부패척결추진단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은 직원 성과급과 연결되는 경영실적평가를 잘 받기 위해 2015년말 기준 준공정산금 644억여원 중 446억여원에 해당하는 공사가 미처 완공되지도 않았는데도 '허위 준공처리'한 뒤 그 금액을 장부상 외상매입금(공사대금 미지급금)으로 올렸다. 이렇게 되면 서류상 공사가 완료됐기 때문에 사업단은 시공사에 끌려다니게 된다. 실제로 시공사가 설계와 달리 공사를 하는데도, 설계변경 절차도 없이 그대로 인정했고, 공사비를 15억여원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부패척결추진단은 농어촌공사 전체 사업단 및 지사에서 2014~2015년 시행한 사업들을 추가 검증했다. 그 결과 농어촌공사가 2014년 4천57억원, 2015년 5천580억원 등 2년간 9천637억원 상당의 공사에 대해 완공 전 허위 준공처리를 했음을 밝혀냈다. 농어촌공사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사업비 집행률 항목에서 2점 만점에 2015년 1.939점, 2016년 1.988점을 획득, 모두 B등급을 받았다. 이런 경영평가 덕분에 농어촌공사는 연간 성과급 127억원씩 2년간 254억원을 받았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