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21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우리의 꿈과 성공' '새로운 비전' 등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했다. 하지만 8년 전 버락 오바마 연설과 비교하면 반응이 영 신통찮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외침이 감동을 주기에는 공허했다는 평가다. 이날 세계 각국에서 200만 명이 시위를 벌인 것도 반 트럼프 정서를 대변한다.
트럼프는 "미국은 번영할 때까지 번영할 것이다. 공허한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트럼프 정권의 출범은 이제 배타적 국수주의의 도화선이자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다. 트럼프의 외침이 사람들 귀에는 '바이 징고'(by jingo)로 들리기 때문이다.
'맹세코, 결단코'란 뜻의 이 관용적 표현은 배타적 애국주의, 국수적 이기주의를 일컫는 '징고이즘'(Jingoism)의 모태다. 옥스퍼드 사전은 '공격적인 대외 정책 형태의 극단적 애국주의'로 풀이했다. 이 말이 처음 정치 용어로 등장한 곳은 영국이다.
1877년 러시아'터키 전쟁 당시 러시아의 남진에 위협을 느낀 보수당 디즈레일리 내각이 강경 정책을 채택하자 당시 영국에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애국적 유행가가 널리 퍼졌다. '전쟁을 원치 않지만 맹세코(by jingo) 싸워야 한다면 싸운다'는 노랫말에 나온다.
징고이즘은 극단적 애국주의만을 가리키는 용어는 아니다. 타 집단에 대한 적대적, 자기중심적 심리 상태를 말할 때도 쓰인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탄핵기각 국민총궐기 집회에서 국회와 특검을 향해 '어둠의 세력' '망국의 세력'이라며 비난한 것도 징고이즘의 한 사례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발언의 주인공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대기업 총수를 지나가는 개처럼 불러서 마구 구속하려는 특검은 집에나 가라"고 부채질했다. 여기에다 대선 후보들을 허위 비방하고 인신공격하는 '가짜 뉴스'도 활개친다.
이런 주장과 말이 이치에 맞고 아니고를 떠나 내 생각, 내 집단의 가치가 옳고 이를 추종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극단과 비이성으로 흐를 가능성은 높아진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런 성향이 강하게 분출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바이 징고"를 외치는 트럼프와 같은 징고이스트(jingoist)나 쇼비니즘의 니콜라 쇼뱅 같은 인물이 늘어난다면 과연 번영하고 성공할 수 있을지 되물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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