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박영수 특검팀이 강압 수사를 한다며 또 출석을 거부했다. 이번으로 모두 네 번째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지난달 27일에는 '건강 악화', 4일과 9일에는 '정신적 충격'과 '재판 출석'이었다. 피의자가 사정이 있어서 출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출석을 거부한다면 필시 '숨은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특검 수사에 차질을 주려는 '시간 끌기'라고 의심할 만하다.
이에 대해 특검은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최 씨에 대해서는 정말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심경 이해가 간다. 최 씨의 지연작전으로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으니 그렇다. 하지만 '용서' 운운 발언은 '오버'다. 용서하고 말고 할 게 무엇이 있나? 법률에 따라 수사하고 법률에 맞게 처벌하면 된다. 전자는 특검이 할 일이고 후자는 법원이 할 일이다. 특검은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박 특검의 '오버'는 특검팀의 수사가 '용서할 수 없다'는 정서적 접근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그 방증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법리'가 아니라 '반(反)재벌'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무시한 결과가 영장 기각이다. 법리를 구성하는 사실관계 다툼에서 진 것이다.
'촛불'이 요구하는 '사회정의'와 '법리'는 다르다. 사회정의는 법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실현된다. 이것이 바로 법치이다. 법치는 까다롭다. 촛불이 '국정 농단' 피의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해도 그들의 범죄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구속하거나 기소할 수 없다. 법치의 함정이자 '현실적' 한계이다. 하지만 법치를 지향하는 한 어쩔 수 없다. 특검도 이런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검은 이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박 특검팀은 23일로 공식 수사기간(70일)의 절반을 지나게 된다. 앞으로 많은 피의자들을 수사해 구속하거나 기소할 것이다. 법치에 굳건히 선 박 특검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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