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심인고등학교는 학교를 바꾸기 위한 키워드가 '수업'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교직원들이 수업 변화를 위해 지혜와 열정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교실수업 개선 실천학교'를 운영하면서 수업 철학을 바로 세우고 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 대화와 연수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교실수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학교 향상도 2위, 영어 과목 향상도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심인고의 수업 개선 프로젝트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을 줄이고 공교육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우선 수업의 철학과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강의 중심의 수업을 학생 활동 중심으로 바꾸어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틈틈이 수업을 성찰하고 다양한 수업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토론하면서 문제 해결 방안 찾는 수업
교사들은 '하브루타'와 '거꾸로 교실' 수업 방식을 적용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수업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토론하면서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강의를 듣고 익히는 것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력을 키우게 되면서 학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명문학교에서도 시행하는 '하크네스 테이블'을 변용한 '독서토론글쓰기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심인고의 특색 있는 수업 방식이다. 이는 12~16명의 학생이 마주 보고 앉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수업이다. 독서를 기반으로 토론과 글쓰기를 활발하게 유도하는 방식이므로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유효하다.
대구 하브루타 수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두 수석교사는 협력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제 수업도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흥미와 요구를 담아내니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덩달아 성적도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교과끼리 융합수업, 학력 부진 학생 배려도
심인고는 과학중점학교에 걸맞게 과학 수업도 변화를 지향한다. 정규수업에는 탐구 중심의 수업을 하고, 방과 후 수업 시간에는 '페르미 추정' 수업을 도입해 과학적 문제해결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있다. 또한 일반고 역량강화수업 시간에는 과학실험수업을 펼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융합수업은 미래지향적인 수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영어와 과학 교과 간 융합수업을 설계하고 공개수업을 통해 발표하여 큰 반향을 얻었다. 협력 교수와 협력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지식과 인성을 함께 배우고 교사들은 탈교과적 수업 전문성을 신장해 나간다.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을 배려한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수학, 영어 과목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주당 2시간씩 활동 중심의 협력수업을 진행한다. 이 수업과 병행하여 학습 멘토'멘티제, 학습 클리닉, 학습 코칭 등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진로 탐색 활동을 지원하며 스스로 꿈을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교사들 수업 개선 동아리 활동으로 주도
교실 수업 개선의 변화와 성과는 교사들의 교과 동아리 활동이 있기에 가능했다. 6개 교과별로 수업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15년간 이어 온 영어 교과 동아리(회장 홍진우 교사)의 활동이 눈에 띈다. 매주 협의회를 열어 교육의 변화와 흐름에 맞는 수업 사례를 나누고 활발하게 토론함으로써 효과적인 교수법을 모색한다.
범교과 수업 동아리 활동도 돋보인다. 융합수업연구회(회장 정성윤 교사)는 영어, 과학, 수학, 국어 네 과목의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속적인 실험과 연구로 창의'융합적 사고를 기르는 수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지난해 대구시 교사공동체 수업 사례 발표회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은식 심인고 교장은 "2016학년도에는 수업 개선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전 교직원이 힘을 모아 노력한 덕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것이 학교 향상도와 학생 만족도를 높인 원동력"이라며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뀌어서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인 대학 입시에도 잘 대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키워드
하크네스 테이블(Harkness table)=토론 수업의 일종으로 10여 명의 학생과 교사가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서로 의견을 나누며 배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직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토론하는 방식이어서 높은 수준의 예습이 필요하다.
페르미 추정=이탈리아의 물리학자 페르미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으로 단기간에 대략적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식. 예를 들어 집회 참석 인원을 추산하거나, 전국에서 1년 동안 팔린 치킨의 양을 추산할 때도 이런 방식이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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