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만성신부전증 앓는 장희선 씨

1천만원 전셋집…병원비 엄두도 못 내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장희선(가명) 씨가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희선 씨는 신장 이식을 해야 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수술을 미루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장희선(가명) 씨가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희선 씨는 신장 이식을 해야 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수술을 미루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장희선(가명'45)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취업 면접을 보러 다닌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탓에 길거리에 서서 큰 숨이 터지도록 가슴을 치는 일이 다반사다. 당장 일을 할 만한 건강 상태는 아니지만, 당장 생계는 급하고 구직활동을 꾸준히 해야 실업급여를 받아 병원비에 보탤 수 있다. 희선 씨는 "남편은 아파서 일을 못 하게 된 지 오래"라며 "부모 형제 없이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살았기에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멋쩍어했다.

거동이 편치 않은 남편은 희선 씨를 돌보느라 애를 쓴다. 희선 씨 곁을 떠나지 않고 2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갈 때도 따라나선다. 짜고 매운 음식을 피해야 하는 희선 씨를 위해 매 끼니 밥상을 따로 차린다. 희선 씨는 "아파서 좋은 건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희선 씨는 가족을 생각해 미소를 잃지 않는다.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남편과 두 아들 몰래 숨어서 참 많이 울었어요. 가족들이 알면 마음 아파할까 봐…."

◆20년 넘게 고된 일 하다 신장병 얻어

희선 씨와 남편은 20여 년 전 일하던 공장에서 만났다. 남편은 당시에도 허리가 좋지 않았다. 척추 추간판탈출증으로 허리에 철심을 박은 상태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 한동안 함께 일했지만 남편의 허리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로프를 만드는 업무 특성상 오래 서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결국 9년 전 일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맡았다. 그 후로 희선 씨는 홀로 남편과 두 아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공장 전체에 여직원은 희선 씨뿐이었다. 희선 씨는 남자 직원들도 힘들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그만두는 고된 일을 20년 넘게 했다. 하루에 9~12시간을 일했고 명절과 주말을 제외하면 휴가는 생각지도 못했다.

희선 씨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 건 2014년 여름쯤부터였다. 희선 씨는 늘 지독한 피로에 시달렸다. 하지만 고된 일에 몸이 피곤한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석 달 전 손발이 저려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왜 몸이 이 지경이 되도록 놔뒀느냐"고 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의 80%가 상했고, 몸의 부종만 5㎏에 달했다. 희선 씨 부부는 의사 앞에서 눈이 붓도록 울었다. 남편은 아내의 건강을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에 가슴이 무너졌고, 희선 씨는 가난에 건강까지 앗아간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가족 먹여 살리려 두 아들 입대 연기'대입 포기

의사는 신장 이식수술과 투석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했다. 희선 씨는 이식수술을 택했다. 투석을 하면 실질적 가장인 희선 씨가 다시 직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편의 신장이 이식수술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이식수술 비용이 적게 잡아도 2천700만원이래요. 한 달 벌어 겨우 먹고사는 우리 가족에겐 그렇게 큰돈이 없어요."

희선 씨 가족은 20년 전 전세 1천만원에 들어간 집에서 아직 살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이 너무 오래돼 장마철에는 비가 새고 전기 합선 사고가 날까 봐 TV와 냉장고, 밥솥, 전화기 외에는 가전제품을 쓰지 않는다. 방에는 연탄보일러를 때고 온수가 나오지 않아 집 마당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빨래를 한다.

올해 23세인 큰아들은 군 입대를 미뤘다. 큰아들마저 돈을 벌지 않으면 가족의 생계유지가 어려운 탓이다. 스무 살이 된 둘째 아들은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희선 씨는 "형과 함께 돈을 벌겠다"는 둘째 아들에게 면목이 없다.

희선 씨는 요즘 두 아들을 볼 때마다 "미안해"라는 말을 달고 산다. 남편은 매일 '아내의 몸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남편이 촉촉한 눈으로 희선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라. 내가 니 낫게 해줄게. 내 신장 니한테 떼주고 니랑 내랑 한 몸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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