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팔순에 접어들어 황혼 인생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아름다운 황혼의 저녁노을과 붉게 물든 가을 단풍처럼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내 인생의 유소년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자취를 더듬어 보며 기억 속에 아직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추억들을 간추려 정리해 본다. "인생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고희(古稀)년 수를 넘기고 여든이 되었으니 과분한 축복을 받은 인생이다. 그러나 막상 이 나이를 살아온 내 느낌은 그저 어제오늘을 살아왔을 뿐 오래 살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인생은 25세까지가 봄이요, 50세까지가 여름, 75세까지가 가을이며, 80세까지가 늦가을이요, 90세까지가 초겨울이라 했다. 이제 아름다운 황혼의 저녁노을과 붉은 낙엽처럼 아름답게 모이는 때가 되었으니 그동안 살아온 삶의 보람도 느낀다. 앞으로 남은 인생이 길어도 20년 짧게는 10년이다. 생각해 보면 100년 인생이라 해도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먼지 한 알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직장생활에서 은퇴한 지도 어언간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여태껏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자취를 더듬어 보며 내 기억 속에 아직 잊히지 않고 남아 있는 추억들을 간추려 보는 일도 헛된 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볼 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한 점들이 되새겨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 체험을 진솔하게 터놓을 수 있어서 나의 지난 삶이 되살아나는 듯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은퇴 노년기는 초라한 쇠퇴기가 아니라 차분히 자기 성찰을 하는 시기여서 하루하루의 삶에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늙어가면서 건강도 잃어가고 일과 친구도 잃고 꿈도 잃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죽음이 가까이 온다는 것은 결코 초라하거나 슬픈 일도 아니다. 지난날의 경험과 경륜을 통해 얻은 지혜로 남은 인생을 보람되게 산다고 하면 석양에 지는 일몰처럼 아름답고 감사한 삶이 되지 않겠는가?
나의 80세 생일이 되어 온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미국 단편 소설가 오 헨리(O'Henry'1862~1910)의 작품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황혼기 인생이 마치 담벼락에 붙어 있는 담쟁이덩굴 가지에 처량하게 매달려 있는 '마지막 잎새'가 될 것인지? 외롭고 고독한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그려 보았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고 하지만 현생의 삶은 나의 선택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황혼이 된 지금 나를 돌아보며 멋진 여생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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