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어 어스름해질 무렵. 대구 남구 중앙대로 22길의 네온등이 불을 밝힌다. 장사를 시작하려 숯을 달군다. 가게 앞 화로에서 연기가 햇솜처럼 모락모락 올라온다. 오후 7시를 넘어서면 고기 굽는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가게마다 이야기꽃이 피고, 취기가 올라온 사람들의 표정이 흐뭇하다. 밤은 깊어지고, 정은 쌓여간다.
중동교부터 팔레스호텔까지…봉덕구길 700m 맛길로 지정
안동갈비 골목으로 시작돼…해산물·족발 등 메뉴 다양화
걷기 편하게 전봇대 지하화…시내 어디서든 버스로 연결
◆맛집의 신구(新舊) 조화
남구청은 2009년 중동교부터 팔레스호텔까지 700여m의 봉덕구길(중앙대로 22길)을 '봉덕맛길'로 지정했다. 왕복 2차로 도로를 따라 안동갈비를 비롯해 분식과 막창, 생선회 등 50~60개의 업소가 자리를 잡고 있다.
관공서와 미군부대가 주변에 있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봉덕맛길의 가장 유명한 메뉴는 안동갈비이다. 안동갈비 식당만 10곳에 달한다. 안동갈비가 처음 자리 잡은 때는 1998년 이후다. 초창기 3~5곳의 가게에서 시작, 한때 20곳에 이를 정도로 번창했다. 지금은 맛과 가격 등 경쟁력이 있는 가게들이 살아남았다.
최근 들어서는 맛집이 다채로워졌다. 겨울에 제맛인 청어 과메기를 먹을 수 있고, 장어와 참가자미 집도 있다. 조개와 새우구이도 빠질 수 없다. 맛깔스러운 육류도 있다. 닭발과 같은 메뉴는 기본이고, 오도독뼈찜갈비와 크림파스타찜갈비 등 퓨전 음식도 볼 수 있다. 매일 오후 5시에 족발이 나오는 식당에선 쫄깃하고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깔끔해진 환경과 좋은 접근성
구청은 2011, 2012년 봉덕맛길 일대에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벌였다. 전봇대를 지하로 묻고,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던 도로에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확보했다. 2013년에는 간판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곳을 간판정비시범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민설명회를 통해 낡고 어수선했던 간판을 통일성 있게 바꿨다. 야간 교통사고와 범죄를 예방하려 방범용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봉덕맛길은 차가 없어도 대구 어디에서든 올 수 있다. 중앙대로 22길 양방향에 버스승강장 4곳이 있고, 730번 시내버스가 오간다. 서쪽 이천로의 팔레스호텔 버스승강장에는 6개 노선이, 동쪽 대덕로 중동교 버스승강장에도 5개 버스 노선이 있다. 이들 버스는 성당못·현충로·영대병원역과 남산·명덕역 등 대구 도시철도 1·3호선 역과 봉덕맛길을 연결한다. 또 동·서·남·북·수성·달서구를 잇는 3차 순환도로를 따라 운행하는 버스도 있다.
◆재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
최근 봉덕동 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낡은 주택을 재단장하면 유입인구가 늘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봉덕맛길과 멀지 않은 곳에 '봉덕서한이다음'(128가구)과 '매화재건축정비사업'(186가구)이 각각 지난해 1월과 2월에 착공됐다. 이와 함께 봉덕동 916-10번지 일대의 '용두지구'(622가구)는 2006년 재개발추진위원회 승인 후 10년 만인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봉덕동 1065-44번지 주변의 '신촌지구'(431가구)도 지난해 10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용두지구와 신촌지구는 토지 수용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착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김진목 봉덕맛길 상가번영회장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주변 재개발이 마무리되면 맛집 수요가 늘 것이기에 주차 공간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며 "봉덕맛길의 가치를 더 높이려면 상인들의 자체 노력과 함께 대구시가 나서서 지속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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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박선생
봉덕맛길의 터줏대감이다. 16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비결은 숙성과 양념이다. 발라낸 고기를 냉장고에서 6~9일가량 숙성시킨다. 여기에 설탕과 조미료를 넣지 않은 양념을 쓴다.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또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 원산지가 확실한 1등급 한우를 들여오고, 매장 내 정량 저울을 설치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에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1인분에 1만6천원하던 안동갈비를 1만3천원으로 미리 내렸다. 박진홍 대표는 "가격과 맛은 물론 테이블의 연기 흡입기를 매일 청소하고, 고기를 놋그릇에 담는 등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했다.
-대표메뉴: 안동갈비(1만3천원) 꽃갈비(1만7천원)
-전화번호: 053)473-3040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5시
◆야구왕
이달에 문을 연 음식점이다. 이곳 주인은 야구인 가족이다. 백경혜 대표의 두 아들이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야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가게 이름과 내부 인테리어도 야구를 테마로 했다. 이승엽과 김상수, 구자욱, 채태인 등 유명 선수가 사인한 야구공과 방망이가 벽면에 전시돼 있다. 메뉴 이름에도 홈런, 그랜드슬램, 히트, 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 야구 명칭이 들어 있다. 부담 없는 가격이 가장 큰 장점. 백 대표는 "어린 야구선수들이 가격부담 없이 맛있는 고기를 먹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가게를 열었다"며 "초벌구이를 거치기 때문에 먹기에도 간편하다"고 말했다.
-대표메뉴: 홈런 갈비살(8천900원), 히트 삼겹살(3천900원)
-전화번호: 053)474-3123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3시까지
◆원조김천식당
1981년부터 봉덕시장에서 장사하다 6년 전 현재 자리로 옮겼다. 이곳의 돼지고기 수육은 얇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이 8대 2나 7대 3 정도로 느끼하지 않다. 봉덕맛길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국밥은 물론 수육을 곁들인 백반이 먹음직스럽다. 중'장년층 위주의 단골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행사용 고기를 맞추기에도 좋다. '원조'를 빼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예전에 있던 봉덕시장 내 다른 가게로 안내되기에 주의해야 한다. 토요일은 쉰다.
-대표메뉴: 수육백반(8천원), 돼지국밥(6천원)
-전화번호: 053)473-2389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8시 30분
◆한우촌안동갈비(해우식당)
봉덕맛길의 1호 안동갈비 식당이다. 1998년 안동갈비 메뉴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이 자리 잡으면서 봉덕맛길이 안동갈비로 특화됐다. 마늘 양념 한우 갈비를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구워먹는 안동갈비가 대표 음식이다. 갈비뼈로 진하게 우려낸 된장과 배추 겉절이도 맛있다. 윤기가 흐르고 차진 햅쌀밥도 먹음직하다. 문규영 대표는 "19년째 장사를 하면서 집안을 일구고 자식을 키웠다"며 "맛으로 살아남아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대표메뉴: 안동갈비(1만6천원), 생갈비(1만6천원)
-전화번호: 053)476-1636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1시
◆착한통닭
착한 가격의 옛날 통닭을 맛볼 수 있다. 포장을 하면 6천500원에 튀긴 닭 한 마리를 맛볼 수 있다. 통닭이라고 하면 닭이 작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은 먹음직스러울 만큼 크다. 닭에 매콤한 양념이 배어 있어 느끼한 맛이 덜하다. 매우면서 끝맛이 달곰한 마늘이 듬뿍 들어간 의성마늘통닭도 별미다. 8개월 전 파출소로 쓰이던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달서구 송현동에 지점 한곳을 두고 있다. 전상홍 점장은 "지난여름엔 매장에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요즘처럼 추울 때에는 포장배달 주문이 많다"고 했다.
-대표메뉴: 착한통닭(포장·6천500원) 의성마늘양념통닭(1만3천900원)
-전화번호: 053)472-5959
-영업시간: 오후 4시~다음날 오전 1시
◆오독지글
돼지 전지연골인 '오독갈비' 전문점이다. 연하고 먹기 좋게 손질한 연골과 갈비'삼겹살 부위가 어우러진 맛을 낸다. 뼈라는 선입견과 달리 부드러워 먹기에 불편하지 않다. 이것저것 선택하기 어려울 땐 모둠구이를 주문하면 된다. 오독갈비는 물론 삼겹살과 오징어, 닭똥집, 염통꼬치, 닭발, 왕갈비 등을 모두 먹을 수 있어서다. 양념과 치즈, 주먹밥 등이 함께하는 찜갈비 메뉴도 있다. 컨테이너 모양의 외부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등 인테리어도 시선을 끌어 잡는다.
-대표메뉴: 모둠구이(3만8천원), 오독지글찜갈비(2만9천900원)
-전화번호: 053)471-9715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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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덕맛길 맛집 전화번호
2 봉차이나 472-8277 짬뽕·자장면
4 신양꼬치앤양갈비 474-3214 양꼬치
5 소쿠리족발 474-2414 족발
6 미락원 471-0909 자장면·짬뽕
7 원조 고산골연탄돼지갈비 471-9200 돼지갈비
8 류가네 을지로골뱅이 474-8255 주점
※9 한우촌안동갈비 476-1636 안동갈비·육회
※10 오독지글 471-9600 오돌뼈'삼겹살
11-1 지주바 214-1876 주점
12 심야싸롱 261-0088 호프
13 신안동갈비 473-7119 안동갈비
14 원조안동갈비 474-7772 안동갈비
15 안동구서울갈비 474-5981 안동갈비
16 봉덕골 안동갈비 475-1564 안동갈비
17 술낭구 965-9010 육류
18 본가안동갈비 476-3075 안동갈비
19 LP스토리 475-2141 호프
21 최가네 숯불막창 248-9675 막창
22 서민대패 475-5573 돼지고기
23 갑이회수산 472-4360 회
27 마실 476-2005 삼겹살
29 또봉이통닭 봉덕점 474-5696 치킨
31 놀란돼지 474-4936 돼지고기
32 기단회초밥 474-7275 회
※33 갈비박선생 473-3040 안동갈비
35 천지짬뽕 651-3341 짬뽕
※36 야구왕 474-3123 소갈비·삼겹살
37 만원의행복 476-7361 막창
38 김경옥닭발 471-6144 닭발
※39 원조김천식당 475-2389 돼지국밥·수육
40 조개날다 476-5949 조개구이
41 바다장어참가자미 472-0555 장어
42 마시 472-2629 호프
43 무한팩토리 471-6100 삼겹살·막창
44 왕십리양곱창 476-6679 양곱창
45 대박회수산 473-2755 회
46 다모아회랑대게랑 476-2292 회·대게
※47 착한통닭 472-5959 통닭
48 원 대한곱창 471-2669 곱창·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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