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처음 본 것은 1998년 3월이었던 것 같고, 그와 악수를 나누고 한마디 말까지 주고받는 '영광을 누린 것'은 1998년 4월 2일 저녁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년병이었던 기자는 대구 달성경찰서를 출입하고 있었고, 박 대통령은 당시 치러진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있었다.
그와 얼굴을 가까이 맞닥뜨린 장소는 투표가 끝난 뒤 개표가 진행되던 달성군청이었다. 그는 개표가 진행되던 개표장으로 들어서려 했는데 입후보자는 개표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을 내세운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제지를 받았던 것으로 기자는 기억한다.
문 앞에서 돌아서는 그를 바라보자 그가 멋쩍게 미소 지으며 기자에게 악수를 건넸다. "수고가 많으시죠"라는 말도 한 것 같다. 기자도 웃음으로 화답하며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로부터 불편한 소리를 듣고도 기꺼이 미소를 보여준 그의 첫인상이 참 좋았다.
달성군에는 연고가 없었던 그는 달성군 출신인데다 당시 여당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공천까지 받은 엄삼탁 후보와 맞붙었다. 엄 후보는 지역발전 공약을 쏟아냈던 여당 후보였지만, 박 대통령은 61%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그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구 달성 출입이었던 기자는 세월이 흘러 이달부터 청와대를 출입하라는 인사명령을 받았다. 청와대로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해 청와대 입성까지 이룬 박 대통령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게 됐다는 생각이 미쳤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 얼마 안 돼 청와대를 떠나든 그 반대가 되어 내년 2월까지 임기를 다하든 기자는 박 대통령의 마지막까지 목격하게 된 것이다.
오래전 기억을 꺼내보면 19년 전 달성군 유세장에서 박 대통령 측은 '박정희가 세운 경제 박근혜가 지킨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의 구호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들의 향수는 딸을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대통령까지 만들었다.
이제 박 대통령이 이별을 고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짧으면 몇 달, 길어도 1년쯤이다.
기자의 지인은 청와대에 온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실패했지만 마지막 순간만은 아름다워야 한다. 박정희를 추억하는 지역민들에게 그 추억까지 짓밟아서는 안 된다."
그의 아름다운 퇴장법, 박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 참모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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