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얼굴보기

SNS 시대에 여러 채널로 통해서 홍수처럼 밀려오는 소식들, 하루만 정리하지 않아도 휴대폰이나 전자우편함에는 적게는 수십에서 많을 때는 수백 통까지 각종 연락이나 통지들이 쌓이게 된다. 각종 모임 안내나 청첩장, 부고도 당연히 SNS이고, 물론 광고까지 수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도착하여 있다. 대부분 보지도 않고 버려지다가 양질의 정보를 놓치게 되어 가끔은 손해를 보는 때도 있다. 생면부지의 발신인들, 영업사원들, 반가운 친구들, 지인들 모두가 SNS로 연결되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어느 대학의 연구 결과에서는 직접 대면하여 쌓는 인간관계가 SNS보다 적게는 30배. 많게는 100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앨버트 머라비안(Albert Mehrabian)의 소비자 행동 조사연구에 따르면, 의사전달에서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8%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화의 상대방이 의사 결정을 하는 요인에는 놀랍게도 목소리가 38%를 차지하며, 표정이 35%, 태도가 20%였다. 서로 얼굴을 보는 것이 글로써 나타내지 못한 감정의 전달, 체취, 뉘앙스 등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 행동 조사에서 구매의 결정적인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이 영업사원의 목소리라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좋은 목소리,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어떤 수단보다 더 나은 결과라는 것이다.

직업상으로 필자의 휴대폰에는 특히 자동차 판매 사원들의 안부 문자메시지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온다. 문안인사, 계절인사, 명절인사, 차 할인판매 안내 등 여러 수십 명이 문자를 보내지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명함 한 장 건넨 이후에는 대면적인 접촉이 거의 없이 단순히 SNS로 판촉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거래하던 영업사원들은 한여름 삼복더위 때 지나가는 길이라며 냉수박 한 통을 들고 와서 같이 나눠 먹고 수다를 떨다가 간다. 어느 날 오후 갑자기 배가 출출할 시간에 과자나 빵 한 봉지를 사무실에 넣어주고 지나간다. 여직원들이 당연히 환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동차 구매는 별다른 상황이 아니면 냉수박의 시원함에, 달콤한 과자 한 봉지의 정성에 결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문명의 이기로 비대면적인 접촉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접근이 쉽고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빈도를 높일 수 있어서 효과가 크리라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문자메시지는 바로 휴지통으로 가는 짧은 생애를 마치게 된다.

휴대폰과 이메일, 그리고 메신저의 등장으로 과거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의 절대량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가 진정성을 담고 감정이 묻어 있는 말까지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얼굴을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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