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비핵공존 병행정책'으로 남북관계 풀어야

동국대(학사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북 비핵화와 교류 협력 정책 병행

비핵·공존 선후관계 집착 말아야

이산가족 상봉·인도적 지원 우선

국민과 소통이 정책 성공 지름길

설 연휴가 끝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갖 정성을 다해 풍성한 차례를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70년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사는 이산가족에게 설은 그리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2014년 2월 20~25일 진행된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3년 동안 남북 간 인적 교류는 단절되었다. 강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도 춥고 팍팍한 명절을 보냈을 것이다. 이산가족에게 가슴 따뜻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배부른 날은 언제 올 것인가.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한반도의 봄은 언제나 올 것인가.

이명박정부 5년, 박근혜정부 4년을 거치면서 이제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할 시점이 되었다. 그것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대북 압박정책 중 어느 하나를 베끼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 모두를 수렴하면서 중장기 한반도 정세를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실현 가능하고 통일의 초석이 될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올해 탄생할 다음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공존 병행정책'으로 이름 지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 정부는 북한 핵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화와 공존을 위한 교류 협력을 병행하는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 정책은 비핵과 공존의 선후에 집착하지 않는다. 공존은 비핵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비핵 과정 역시 공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유기적 작동이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비핵공존 병행정책'의 본질이다.

여기서 북한 핵의 비핵화를 목표로 둔다는 것은 비핵화 자체를 목표로 하면서도 당장은 북한 핵의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비확산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달성된 후 비핵화를 실현시킨다는 단계적 접근법이다. 현실적으로, 핵 능력의 고도화를 거의 달성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장 북한 핵의 비핵화는 불가능에 가까운 게 냉정한 현실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유엔과 개별 국가의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당장은 북한 핵의 고도화를 정지시키고, 핵 능력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조치가 중요하다. 우선, 한'미'중이 북한의 핵 고도화를 정지시키기 위한 최소공배수를 찾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그 최소공배수에 걸맞은 공동의 정책을 갖고, 북한에 채찍과 당근을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후 핵 고도화 정지를 기반으로 비확산으로 가는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남북한 공존을 위해 다음 정부는 우선,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국제화를 전제로 빨리 재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 발전과 국내 보수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국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금강산관광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북한 당국의 선행조치를 전제로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최소한의 남북 경제 협력 유지라는 차원에서 빨리 재개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 정부는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인 이산가족 상봉, 대북 인도적 지원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와 별개로 이 두 문제는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여름 함경북도 두만강 지역을 휩쓴 홍수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두만강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피해를 최근 중국 국경지대에서 본 필자는 인도적 지원의 절박함을 실감했다.

다음 정부는 국민과 터놓고 공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과의 충분하고도, 끊임없는 소통 속에 대북정책의 길을 찾는 것이 '비핵공존 병행정책'을 성공시키는 지름길이다. 긴장의 한반도 정세와 불안정한 한국 내부 정세 속에 '비핵공존 병행정책'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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