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을 없다고 하거나 없는 것을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닌 것을 이라고 하거나 인 것을 아니라고 해도 거짓말이다. 같은 것을 다르다고 해도, 다른 것을 같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도시 사람들은 거짓말을 곧잘 한다. 겁먹은 아이들 같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은 혼날까 두려워서 거짓말을 한다. 지가 저지른 잘못을 동생에게 탓 돌리기도 하고 언니가 시켜서 그랬다고 떠넘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도시내기'들은 그러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도, 그래서는 안 되는 사람들 앞에서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한다. 빤한 거짓말을 부끄러움도 없이 한다. 심지어 '국회 청문회'에서도 '특검'에서도 '헌재'에서도 거짓말을 일삼는다. '위증'으로 고발하겠다고 을러대도 아랑곳없다. 죄를 저질러 놓고도 '증거'를 대라고 큰소리친다. 그러면서 미리 증거로 삼을 만한 것은 죄다 감추거나 없애고, 말을 맞추거나, 법률에 밝은 '유명 변호사'를 비싼 값 주고 사서 앞에 내세운다. 빠져나갈 구멍을 잘도 뚫는다. 그래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서 죄를 지었지만 죄 없는 사람으로 둔갑해서 풀려나는 일도 적지 않다.
재판정도, 경찰, 검찰, 법률사무소, 국정원 같은 사법기관도 멀리 떨어진 외진 시골에 사는 '촌놈'들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 큰 도시에서는 버젓하게 벌어진다. 어안이 벙벙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지난 스무 해 남짓 시골에 몸 붙이고 살면서 나는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그고 지낸 적이 없다. 온 마을이 다 그랬다. 그래도 도둑 한 번 든 적이 없고, 쇠고랑 찬 사람 하나 없었다. 오죽하면 면 소재지에 있던 파출소마저 제자리 지키지 않고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바닷가로 짐 싸들고 나가버렸을까.
시골은 거짓말쟁이들이 살 수 없는 곳이다. 시골에서는 하루 열두 때, 한 달 서른 날, 일 년 365일 한마을 사람들이 코 맞대고 산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르면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면 외톨이가 되고, 혼자서는 농사지을 길이 없으므로 살아가기 힘들다.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런 욕이 있다.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애비가 둘이다'(一口二言二父之子). '말 바꾸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는 욕이다. 알다시피 시골 사람들은 다른 욕을 들을 때는 웃어넘기기도 하지만 어미 아비를 걸고 드는 욕을 먹으면 가만있지 않는다. 큰 싸움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애비가 둘이라니?' 이건 어머니를 욕보이는 말이다.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서로 삿대질하다 치고받고 와장창.
그런데 도시에서 살다 보면 이런 욕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나 보다. 그러니 한 정부의 현직 장관이라는 이도,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앉아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도 컴퓨터 바꾸고, 명패까지 없애는 일을 서슴지 않으면서 한 입으로 두 말, 세 말, 네 말까지 하지. 이이들 '애비'를 도대체 몇이나 두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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