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고문 부활을 시사하면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고문은 효과가 없다. 고문으로 얻은 자백이나 정보는 거짓 정보이거나 정보가 아닌 고문자가 듣고 싶은 말일 뿐이라는 게 관련 연구의 일치된 결론이다. 이는 마녀사냥이 횡행했던 서양 중세 때 이미 입증된 것이다.
미국의 작가 대니얼 매닉스가 전하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대공(大公)의 '마녀 심문' 일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대공은 종교재판관들의 끔찍한 심문 방법에 충격을 받아 저명한 예수회 사제 두 명에게 심문 과정을 감독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제들은 그렇게 한 뒤 종교재판관들이 마녀의 자백으로 연루된 사람만 체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대공은 두 사제가 보는 앞에서 그 마녀를 직접 고문하면서 사제들이 마법사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마녀에게 물었다. 마녀는 저들이 염소나 늑대, 다른 동물로 둔갑할 수 있다고 했다. 마법사라는 것이다. 대공이 아는 게 그것뿐이냐고 다시 묻자 그 마녀는 다른 마녀가 저들의 자식을 여덟 명이나 낳았으며 그 자식들은 머리는 두꺼비, 다리는 거미처럼 생겼다고 토설(吐說)했다. 이에 하얗게 질린 사제들에게 대공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도 고문해서 자백을 받아낼까요?"
비슷한 시기 밀라노의 한 판사도 유사한 실험을 했다. 그는 자신의 노새를 죽인 뒤 하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고문을 가했다. 하인은 판사가 원하는 대로 자백했다. 하인은 교수대에 서서도 자기가 한 짓이 맞다고 우겼다. 자백을 철회할 경우 다시 받게 될 고문이 무서웠던 것이다.
이는 현대의 고문 기술자들도 인정하는 바이다. 이라크전에서 특수정보작전장교로 복무하면서 300회 이상의 심문 경력을 쌓은 매슈 알렉산더(가명)가 2008년 12월 펴낸 '테러범을 파괴하는 방법'(How to Break Terrorist)의 결론은 명쾌하다. "폭력을 사용하는 심문 방법은 상대에게 거짓 정보를 이끌어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고문이 잠재적인 적을 대량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매슈 알렉산더는 이렇게 지적한다. "고문받은 자들을 모두 죽이고 은폐할 수 없다면, 고문 사실과 증오는 피고문자에 의해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이는 테러리스트에게 증오에 근거한 동기를 부여한다. 알 카에다는 이라크에서 테러 지원자 모집에 고문 사실을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 제발 공부 좀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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