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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世事萬語] 건보료 개편, 가능할까?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은 국민 보건 향상과 사회보장의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사회보험이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산업재해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을 4대 사회보험이라고 한다. 사회보험은 일종의 '강제 보험'이다. 민영보험처럼 개인의 필요에 따라 가입하거나 탈퇴하는 보험과는 엄연히 다르다.

건강보험은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건강보험료는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된다. 반면 급여(공단 부담금)는 개인이 낸 돈(보험료)과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균등하게 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건강보험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한다.

건강보험(의료보험)이 국내에서 첫 시행된 것은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당시 국민소득은 1천 달러 미만. 현재 아프리카 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건강보험은 12년 만인 1989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됐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모범 사례이다. 취약한 경제 토대에서 짧은 기간에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50여 개국의 보건의료 관계자가 한국에서 건강보험을 배우고 갔다.

하나 우쭐거릴 일만은 아니다. 우리의 건강보험에도 '내적모순'(內的矛盾)이 있다. 나라 살림 수준에 맞춰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낮은 보험료'로 출발했다. 이는 '저부담-저수가-저급여'라는 악순환의 원인이 됐다. 사회보험의 4대 기본원칙이 있다. ▷전 국민 보장 ▷포괄적 서비스 ▷최소 수준(적정)의 의료 제공 ▷재원 조달의 공정성이다. 첫 번째 원칙은 1989년 달성했다. 나머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급여 보장성(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대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1월 23일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재원 조달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보험료 내기가 힘든 저소득층 부담은 줄이고, '무임승차 피부양자'나 고소득층의 부담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보험료 산정 때 단계적으로 소득 반영 비율을 높여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개편안은 3년 주기로 시행된다. 1단계는 2018년, 2단계는 2021년, 3단계는 2024년이다. 차차기 정부까지 이어진다.

건강보험료 개편안은 2년 전 발표됐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지난해 4월 총선 등으로 매듭짓지 못했다. 보험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누구나 개혁이 필요하다지만, 누구도 손대기 꺼린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 국민 합의가 없다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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